해양 생태계 파괴하는 어업계 이면 음모 조명
입맛 맞게 인터뷰 자르고 상황 부풀려 도마에
"우리가 바다에 피해준다는 게 핵심" 옹호론도
넷플릭스에서 이달 24일(현지시간) 개봉해 인기 다큐멘터리 1위까지 오른 ‘씨스피라시(Seaspiracy)’가 사실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어울리도록 인터뷰 내용을 지나치게 편집하거나 상황을 부풀렸고, 인용한 통계 자료에도 오류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바다(Sea)에 얽힌 음모(Conspiracy)’라는 조어 제목의 뜻처럼 씨스피라시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산업계와 시민 운동의 자본주의적 이면을 집중 조명한 영화다.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돌핀 세이프(돌고래 보호)’ 인증을 관리하는 국제단체 '국제 해양포유류 프로젝트(IMMP)’의 마크 파머 부국장은 최근 씨스피라시 측에 과잉 편집된 자신의 인터뷰에 대해 항의했다. 인증 제도의 효과를 소개한 핵심 부분은 모조리 삭제되고 부연 설명만 남아 제도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 동원됐다는 것이다.
돌고래 보호 인증은 참치 등을 잡는 과정에서 업주가 멸종 위기에 놓인 돌고래를 포획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인증이 돌고래를 한 마리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증하냐’는 제작진 질문에 파버 국장은 “절대적이라는 보장이야 없지만 (인증제 덕에) 의도적으로 돌고래를 포획하는 선박의 수가 확연히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영화에는 “돌고래가 얼마나 혼획(混獲)되는지 알 길이 없다”는 부정적 답변만 포함돼 자신의 의도가 변질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인증제가 95%의 돌고래 무분별 도살을 막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극적 연출로 내용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다큐멘터리가 현실을 과장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국제 규격을 제정하는 비영리기구 ‘해양관리협의회(MSC)’ 측은 영화가 해양 수산물을 보호하려는 단체의 노력 자체를 깎아내렸다고 반발했다. 씨스피라시는 MSC의 지속 가능 어업 관련 규격에 과학적인 기반이 없다고 몰아붙인다. 애초 설립 취지와 정반대로 로비한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는 환경단체들이 많다는 게 영화가 던지는 의혹 중 하나다.
이외에 영화가 중요한 예측 통계로 인용한 ‘2048년 해양 생물 멸종’이 출처가 된 연구 내용과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감독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알리 타브리지 씨스피라시 감독은 “편집된 파머 국장 진술이 문맥에 어긋나지 않았고 MSC의 ‘지속 가능한 어획’은 해양과학자들도 모호성을 꼬집었던 개념”이라고 말했다. 세세한 수치보다 문제의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옹호론도 있다. 해양 보존 전문가인 캘럼 로버츠 엑서터대 교수는 가디언에 “해양 생물 멸종 시기가 2048년이든 2079년이든 내용의 방향이 옳다는 게 중요하다”며 “핵심은 우리가 바다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홍승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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