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짜내면 백신 접종 대상자도 넓히고 접종 속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
2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이 내놓은 '2분기 접종 계획 보완책'의 핵심이다. 그간 방역당국은 상반기 접종예정 인원을 1,200만 명이라 밝혀 왔으나 이날까지 확보된 물량은 약 904만 명 분이다. 이 간격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가 문제였다.
방역당국이 제시한 '묘수'는 이렇다. 12주로 늘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 접종 거부로 인해 남은 백신 물량,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를 통해 확보한 여분의 백신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2분기 백신 부족 문제를 3분기로 미룬 것일 뿐이란 지적도 나온다.
6월에 고3·교사 화이자 접종 ... 2분기 접종 일정 한 달씩 당겼다
정부는 2분기 접종 일정을 한 달 정도씩 앞당겼다. 시설 입소·종사자, 만 75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접종은 이미 시작됐고, 노인?장애인 대상 돌봄 서비스 종사자는 4월에, 유치원·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1·2학년 교사 및 돌봄 인력도 5월에 접종을 시작한다. 만성질환자 접종도 투석환자는 4월, 만성중증호흡기질환자는 5월 중 접종한다.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항공승무원 접종도 4월 중순부터 추진한다.
이에 따라 2분기 마지막 달인 6월에는 원래 3분기 접종 대상자였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45만여 명과 교사에 대해 화이자 백신을 접종키로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별 논술·면접 일정 등을 감안해 일정을 더 앞당긴 것이다.
접종 대상자가 늘고 일정이 당겨진 만큼, 화이자 백신을 다루는 지역예방접종센터는 이달 말까지 시군구당 1개씩 빨리 문을 열고, AZ 백신을 다루는 위탁의료기관은 일부라도 먼저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쥐어짜기로 백신 물량 추가 확보
방역당국은 AZ백신 1, 2차 접종 간격이 최대 12주까지 늘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를 쓰면 AZ 백신은 병당 1~3명 정도는 더 맞힐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Z 백신 2차 접종까지 12주의 시간 여유가 있으니, 2차 접종은 3분기 도입 물량으로 접종하면 된다는 계산이다. AZ 백신의 1차 접종 후 예방효과는 86%인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접종 대상이 된 고3 학생들과 교사들에게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 만 7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해 배분된 물량 중 일부를 사용할 계획이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만 75세 이상 어르신 접종 동의율이 86%에 그쳐 남는 물량이 있고, LDS 주사기 덕분에 백신 한 병당 접종할 수 있는 인원이 1명 정도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접종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분기 백신 없을 때 대비한 '플랜B' 필요"
하지만 이 모든 건 '계획대로 됐을 경우'다. 2분기 백신 물량 확보 문제를 3분기로 미뤄둔 것이어서다. 3분기 백신이 예상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은 중증, 사망위험이 높은 사람부터 맞히는 것인데 어르신들 2차 접종 물량을 빼내 1차 접종으로 돌리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만에 하나라도 3분기에 2차 접종분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플랜B'를 반드시 세워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달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백신 접종 이후 사망 신고 접수' 사례가 나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에 사는 남성 A(76)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쯤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2일 새벽 5시 숨진 채 발견됐다. 6년 전부터 신부전증을 앓았던 A씨는 접종 뒤 별다른 이상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사망과 백신과의 인과성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이로써 현재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31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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