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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소진, 이 속도면... 계약 취소·위장전입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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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소진, 이 속도면... 계약 취소·위장전입 부른다

입력
2021.04.05 04:30
수정
2021.04.05 09:4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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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보조금 한 달 새 30% 소진?
올해 전기차 신차 출시 대거 예고?
"지역별 보조금 미스 매칭 조율해야"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오닉5 스퀘어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아이오닉5 공개 행사가 열렸다. 현대자동차 관계자(오른쪽)가 아이오닉5의 충전포트에 어댑터를 부착해 드라이기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오닉5 스퀘어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아이오닉5 공개 행사가 열렸다. 현대자동차 관계자(오른쪽)가 아이오닉5의 충전포트에 어댑터를 부착해 드라이기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전기차 보조금 예산의 28.9%가 약 한 달 만에 소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조기에 바닥나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계약 취소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나서서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정작 정책이 뒤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엇박자를 해결할 정교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환경부의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시가 공고한 일반인 대상 전체 전기차(승용) 보조금 물량 2,534대 중 733대는 이미 보조금 신청이 완료됐다. 서울시가 2월 23일부터 접수받은 것을 고려하면 한 달여 만에 30% 가까운 물량이 신청을 마친 것이다.

부산시도 이날 기준 1,150대 가운데 198대가 보조금을 신청해 예산의 17.2%가 소진됐다. 이마저도 예상보다 보조금 지원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자 지난 2일 추가로 물량을 확대한 결과다. 1일 기준 부산시 역시 초기 공고 물량의 30%가 보조금 신청을 완료한 상태였다.

보급 속도 못 따라가는 보조금 정책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는 차량을 지난해 9만9,650대에서 올해 12만1,000대로 21.4% 대폭 확대했다. 전기 승용차만 놓고 보면 올해 약 7만 대가 보조금을 지원받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보조금을 늘렸는데도 작년보다 올해 더 빨리 바닥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달 중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출고가 예정돼 있고, 하반기에는 기아자동차의 'EV6'가 판매를 시작하는 등 신차 출시가 잇따라 예고돼 있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전 예약 등을 감안하면 올해 아이오닉5가 4만 대 정도, EV6도 3만 대 가까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수요만으로도 올해 보조금 지급 대수가 대부분 소진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해 보조금 지급 대수가 그해 판매되는 전기차 대수와 같다"며 "보조금이 소진된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의 구매 계약이 취소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구매 소비자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은 대개 한 대당 1,000만 원 남짓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충당된다. 국비는 차종별로 동일한데, 지방비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지자체 재정에 따라 지역마다 보조금의 지방비 규모와 소진 시점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지방비가 떨어지면 국비가 남았더라도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실제 서울시에선 지난해 9월 전기 승용차 보조금이 고갈돼 지급이 중단됐다. 이후 소비자들이 줄줄이 전기차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전기 승용차 보조금은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의 경우 조기 소진됐지만, 국비는 오히려 약 30%가 남았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지방비 확보 상황을 점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지자체별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많이 나가다 보니 재정이 더 어려웠다"며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추가 확보해 지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천차만별... 보조금 위해 '위장전입'까지

지난달 31일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글로벌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개된 전기차 '제네시스 엑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글로벌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개된 전기차 '제네시스 엑스'. 연합뉴스

지자체 재정에 따라 보조금 지급 여부, 보조금 액수가 차이 나는 것을 겨냥한 부정수급도 골칫거리다. 지난 1월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기차 보조금을 타기 위해 위장전입 한 31명을 적발했다. 본인이 거주하는 지자체에서는 예산이 떨어져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아직 보조금 여력이 있는 부산의 지인 집으로 주소를 위장, 부산시로부터 1,4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똑같은 차를 사더라도 지자체에 따라 보조금이 천차만별인 상황도 부정수급을 부 추기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테슬라3 롱레인지'는 서울에서 사면 보조금 1,023만 원(국비 682만 원, 지방비 341만 원)을 받지만, 부산에서는 1,108만 원(국비 682만 원, 지방비 426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을 최대 1,700만 원까지 주는 전북 전주에서는 같은 모델을 살 때 1,449만 원(국비 682만 원, 지방비 767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도입되고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구매 욕구가 커져서 예년보다 보조금이 더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며 "환경부가 보조금이 남는(전기차가 안 팔린) 지자체에 줄 국비를 보조금이 부족한 지자체에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미스 매칭'을 조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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