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인 유행으로 번져가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하루라도 빨리 영업제한 규제 등 완화했던 방역 조치들을 부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경제적 파장을 우려해 규제 강화를 주저하다 대규모 확산을 막지 못했던 작년 말 3차 대유행 초기의 우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4차 대유행은 앞선 유행보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의료체계 부담을 가중시켜 백신 접종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남아공 변이 지역감염 사례 첫 확인
5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지난주 감염재생산지수가 1.07로 1을 초과했다"며 "앞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500명대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확진자 1명이 다른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는 현재 전국 모든 권역에서 1을 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정 본부장은 "서울 강서구 직장·가족 관련 5명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로 확인됐다"며 "남아공 변이의 지역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확진 사례도 41건 늘어 총 330건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계에선 이미 4차 대유행 초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등 지역사회에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환자 규모가 3차 대유행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방역 규제 완화가 감염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달부터 정부가 방역 완화로 기조를 변경하며 특히 비수도권의 규제를 거의 다 풀어줬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확진자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자율에 기반한 방역으로 전환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수칙을 어긴 사람에 대해선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며 "3차 대유행 때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해 환자 수가 1,000명 넘게 늘어난 것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비수도권의 경우)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집단감염이 확산에 매개가 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영업제한 부활하고 맞춤형 규제 내놔야"
전문가들은 우선 완화했던 조치들을 부활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교수는 "수도권은 영업제한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앞당기고, 비수도권은 영업제한 규제를 다시 적용해야 한다"며 "거리 두기 단계 조정과 별개로 하루라도 빨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단계 조정에 매달릴 게 아니라 유흥주점의 경우 영업 제한을 부활하고 카페나 식당은 가림막을 의무화하는 등집단감염이 빈발하는 장소에 따른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며 "방역수칙을 어긴 업소에 대해선 벌금을 넘어 강력한 행정조치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엄중식 교수는 "지금은 병상이나 의료진에 여력이 많아 보이지만 하루에 2,000~3,000명씩 환자가 나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환자 대응 부담이 커지면 대부분 인력이 겹치는 백신 접종이 마비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계절적 요인과 백신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선제적 대응에 성공하면 4차 대유행이 장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기석 교수는 "요양병원에서 고위험군 접종이 상당 부분 이뤄졌고, 겨울이 끝나서 실내 활동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3차 대유행 때보다 긍정적 변수"라며 "75세 이상 고위험군의 접종이 마무리되는 4~5월을 잘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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