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실시되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담긴 의미는 두 가지다. ① 대한민국 수도와 제2 도시의 수장을 뽑는 선거다. 선거 결과는 서울ㆍ부산의 미래를 좌우한다. ② 문재인 정부의 4년, 더불어민주당의 1년을 평가하는 선거다. 당신의 한 표에 따라 정부·여당은 국정 기조를 유지하거나 수정할 것이다. 길게 보면,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대통령의 얼굴이 바뀔 수도 있다.
예산 40조 주무르는 '소통령' 뽑는 선거
특히 서울시장(인구 964만 명)의 권력과 위상은 막강하다. 차관급인 다른 광역자치단체장들과 달리, 서울시장은 유일하게 장관급이다. 광역단체장 중 유일하게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자리라는 의미다.
서울시장이 '소통령'으로 불리는 건 외교ㆍ국방을 제외한 서울시 모든 분야의 정책 결정권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지녔기 때문이다. 수도 서울의 미래가 차기 서울시장에게 달린 것이다.
서울시의 연간 예산은 40조 원. 이 중 서울시장이 정책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 35조 원에 달한다. 서울시 공무원 1만607명의 인사권, 서울교통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SH)·교통방송(TBS) 등 서울시 산하 및 출연기관 26개 기관장의 임면권도 갖는다.
부산시장(인구 338만 명) 역시 연간 14조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8,136명의 공무원을 지휘한다. 부산건설본부 등 25개 산하기관의 인사권도 가졌다.
정권 교체까지 가늠할 풍향계
민주 선거는 유권자가 각 정치 세력을 표로 평가하는 시험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 △검찰개혁 잡음 △거듭된 내로남불 사례를 자초한 당정청을 호되게 심판할 것인지, 한 번 더 기회를 줄 것인지를 결정해 한 표에 담아 보내면 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차기 대선까지 남은 약 1년간의 국정 운영 방향과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우리 당이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다시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고, 국민의힘은 “오만과 독선의 정부·여당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지는 마지막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대선 풍향계’ 역할도 한다. 민주당이 이기면 2016년 20대 총선 이후 전국단위 선거 5연패의 기록을 쓰면서 대선 레이스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유리한 출발선에 서게 된다.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탄핵 수렁에서 약 5년 만에 탈출해 민주당과 해볼 만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서게 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국면에서 대한민국 1, 2도시 유권자의 선택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인물 검증도 중요하지만 정책적 판단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는 중대한 선거"라며 "선거 결과에 정부·여당 정책 노선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선거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실시되며,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는 오후 8시 15분 공개된다. 선거는 서울·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 2곳, 울산 남구청장·경남 의령군수 등 기초단체장 2곳, 경기·충북도의원 등 광역의원 8곳, 전남 보성·경남 함안군의원 등 기초의원 9곳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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