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시아에 맞서 백신 외교 경쟁
미국이 그간 중국ㆍ러시아가 주도해 온 ‘백신 외교’에 본격 뛰어든다. 첫 행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글로벌 지원 업무를 맡길 책임자를 임명했다. 백신 싹쓸이 논란을 불식하고, ‘적극적 개입’ 외교를 공언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미국국제개발처(USAID) 처장을 지낸 게일 스미스를 ‘코로나19 대응 및 보건 안전 조정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스미스 전 처장은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에볼라, 결핵 등 국제보건 위기 대응을 주도했고, 현재 빈곤과 질병 예방을 위한 비영리 국제 조직 ‘원 캠페인’ 대표를 맡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민이 접종하기에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함에 따라 다른 나라와 공유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내 바이러스 통제를 위해서라도 다른 나라에 백신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며 “코로나19를 멈추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미국인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까지 1억6,700만회가량 접종을 마쳤다. 인구 대비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은 비율은 32.4%다. 5월 말까지 모든 성인에게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이든 대통령은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백신도 싹쓸이하다시피 구매해 이미 확보했거나 계약해 둔 물량이 전체 인구 대비 4배에 달한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기부를 통해 백신 부족에 시달리는 빈국들을 도와야 한다는 국제적 압박이 커져왔다.
블링컨 장관은 “많은 나라들이 백신 공급을 확대하는 문제에 있어 미국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것을 안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인도ㆍ태평양 동맹 3개 나라와 함께 내년 말까지 아시아 전역에 10억회분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이미 차관 계약 방식으로 인접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보냈으며 총 400만회분을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백신 지원이 ‘인도주의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지, 정치적 대가를 얻으려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상대국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백신을 국가적 영향력 확대에 활용해 온 “중국과 러시아, 인도를 은근히 비판하는 발언”이라 평했고, 로이터통신도 “이번 백신 지원 계획은 미국이 중국의 백신 외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