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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확진자로 몰지 마세요"...보육교사·학부모 낙인찍힐까 '억울'

입력
2021.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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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집단감염 원인 놓고 게시판 '시끌'
보육교사 "여론이 우리만 감염원이라 생각"
부모는 "지자체가 아이들에게 원인 돌려"
"코로나19 때문에 개인이 욕먹지 않았으면"
감정적인 싸움에 안타깝다는 반응도

그리 불안하면 집에서 양육해야지. 저희도 저 일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코로나 검사해야 해요. 저희는 무슨 죄인가요? 엄마들은 꽃놀이 다 다니고. 몰고 가지 좀 마세요.

보육교사(추정)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글 중에서

기사와 달리 교사보다 먼저 증상 나오고 확진된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들 동선만 확인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감염의 진원을 아이들에게 돌리는 건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학부모의 글 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최근 감염 경로를 밝히기 힘든 지역 감염마저 확산하면서, 온라인 공간에선 서로의 '방역 불감증'을 탓하는 크고 작은 시비가 붙는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를 옮긴 감염원으로 지목받은 이들이 "여론의 의혹 제기가 부당하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일도 종종 보게 됩니다.

6일 인천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육교사들만 잠재적 확진자로 몰아가지 말라"는 취지의 글이 게시됐다. 커뮤니티 게시글 캡처

6일 인천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육교사들만 잠재적 확진자로 몰아가지 말라"는 취지의 글이 게시됐다. 커뮤니티 게시글 캡처

최근엔 9일까지 총 3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집단감염' 이후, 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검사 안내 문자를 받았는데도 검사를 받지 않은 보육 교사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는데요.

그러던 중 지난 6일 한 인천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또 교사들만 죽을 사람이네요. 교사들도 사람입니다"라며 보육 교사만을 코로나19 감염원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에 반박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보육 교사로 추정되는 해당 글 작성자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지만 보육 교사도 사람이라 마트도 가야 하고 머리를 자르러 갈 수도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 아이가 우선인 건 알지만 그리 불안하면 집에서 양육하라"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보육교사만 코로나 옮긴다고 생각하는 건 억울"

인천 어린이집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동춘근린공원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 보육교사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인천 어린이집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동춘근린공원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 보육교사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작성자가 제때 검사를 받지 않은 어린이집 교사들을 두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부분의 보육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방역 수준을 지키고 있다. 그러니 잠재적 코로나 확진자로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읍소를 한 것이죠.

해당 글의 내용을 전해 들은 부산의 한 보육교사 장모(59)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글에 온전히 동의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무조건 보육교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를 느끼고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단 여론이 어린이집에서 코로나가 터지면 '선생님이 어디서 걸려와서 애들도 걸린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친한 친구의 딸 결혼식에 못갈 정도로 예민하게 생활해 왔다"며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블로그에 올라온 공지. 보건복지부 블로그 캡처

사진은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블로그에 올라온 공지. 보건복지부 블로그 캡처

정부가 지난달 30일 "4월부터 보육교사는 월 1회 선제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한 것이 보육교사들이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서울의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박모(49)씨는 본보에 "정부가 가급적 평일 기본보육시간 이후(오후 4시 이후) 검사를 권고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것처럼 유독 보육교사에게만 더 철저한 방역을 요구하는 형평성 문제도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책이라 반발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구체적으로 "보조 교사까지 포함해도 교사 수가 부족하다. 누가 자리를 비우려면 대체 교사를 구해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고 했습니다. 대체 교사를 한 달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하는 데다, 국가에서 지정한 대체 교사가 모자라 기존 선생님들이 연차를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한다는 겁니다.

박씨는 "구(區)에서 온 보육교사 업무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허탕친 일도 겪었다"며 보육교사들이 정부의 정책을 '탁상공론'으로 여기는 이유를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그는 "(오후) 1시 이후에 검사 받으라고 해서 갔더니 검사 시간이 변경됐더라"며 "보건소에 전화를 했더니 '변경된 사안까지 일일이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다산콜센터에서는 '궁금하면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검색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는데요.

"감염원을 아이들에게 돌리는 건 두고 볼 수 없어"

보육교사로 추정되는 작성자의 글이 올라왔던 인천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7일 어린이집에서 확진된 원아의 부모가 글을 게시했다. 그는 "아이들을 감염원으로 몰고 가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 게시글 캡처

보육교사로 추정되는 작성자의 글이 올라왔던 인천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7일 어린이집에서 확진된 원아의 부모가 글을 게시했다. 그는 "아이들을 감염원으로 몰고 가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 게시글 캡처

그런데 해당 커뮤니티엔 반대로 확진된 원아들을 감염원으로 몰지 말라는 학부모의 글도 올라왔습니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반대로 코로나가 '어린이집→교사들이 방문했던 치킨집'으로 전파됐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였습니다.

"아이가 연수구 어린이집에서 확진됐다"고 밝힌 작성자는 '최초 확진된 보육교사보다 먼저 의심증상을 보인 어린이 확진자가 새로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했습니다. "최초 확진된 보육교사보다 먼저 증상이 나온 아이는 없다"는 주장인 것이죠.

또한 "시청 공무원들이 아이들의 동선만 확인하는 것도 이상하다"며 언론과 지방자치단체가 감염원을 아이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그는 "(시청에서) 확진자 중 부모님들도 있는데 오직 아이를 대동한 동선만 확인해 달라고 했다"며 "솔직히 만 5세 이하 아이들이 다녀봤자 어딜 다녔겠나. 솔직히 사회생활하는 부모들이 더 감염위험이 높은 것 아니냐"며 의문을 표했습니다.

이 학부모는 '3월 중순부터 해당 어린이집에서 호흡기 증상자가 다수 있었다. 그때 바로 검사를 받았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는 내용의 인천시장 페이스북도 공유했습니다.

그는 "감기 증상이 있던 아이들을 호흡기 증상자로 욱여넣은 것 같다"며 "그렇다면 소아과·내과에 다녀온 모든 아이들을 전수검사해야 앞뒤가 맞지 않나"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아이들이 코로나를 퍼뜨렸다고 하면 한 달 동안이나 방역을 놓치고 있던 인천시는 면죄부가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며 방역 당국의 책임도 물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개인이 비난받는 일 없었으면"

보육교사로 추정되는 작성자의 글에서 댓글로 날 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보육교사로 추정되는 작성자의 글에서 댓글로 날 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보육교사(추정)의 글에 댓글이 177개나 달리는 등 날 선 논쟁이 벌어지자 "코로나로 개인 비난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보육교사(추정)의 글에 댓글이 177개나 달리는 등 날 선 논쟁이 벌어지자 "코로나로 개인 비난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5일부터 이날까지 해당 커뮤니티는 어린이집 집단감염 사태로 시끄러웠습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글부터 서로의 입장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글들도 쉴틈없이 게재됐습니다.

하지만 "확진된 보육교사들이 제때 검진을 받지 않은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글들도 상당했습니다. 특히 앞서 보여드린 보육교사(추정)의 글엔 이날까지 178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힘내라"는 응원이 대부분이었지만, "감정에 치우쳐 모든 엄마들이 자유롭게 외출한다고 일반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죠.

서로의 시비를 다투는 상황이 지속되자 해당 커뮤니티의 한 사용자는 "코로나에 관한 개인신상이나 정보에 관한 뉴스는 일절 안 했으면 좋겠다. 코로나 때문에 개인이 욕먹는 일이 제발 없어지길 (바란다)"며 과거 확진자의 신상이나 동선이 구체적으로 공유됐던 경험 탓에 서로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진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을 해결책이 없다 보니, 그의 말처럼 확진자들은 서로의 억울함만을 호소하며 이해의 폭이 줄어드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인천 어린이집 집단감염을 둘러싼 공방,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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