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수화 언어(수어)는 세계에서 가장 최근에 탄생한 언어 체계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이전까지 니카라과 농인들은 서로 고립된 상태로 살았고 간단한 손짓과 몸짓이 의사소통 수단의 전부였다. 1977년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기관이 설립되면서 농인 학생들이 정식 교육을 받게 되었다. 교실에서는 수어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농인 학생들은 운동장이나 통학버스 안에서 또래들끼리 손짓과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이어갔다. 몇 년 사이 그 제스처들이 발전하여 표준적인 수어 동작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새로 입학한 다음 세대 아동들이 이를 자신들의 제1언어로 습득하면서 체계적인 규칙을 갖춘 니카라과 수어로 발전하였다.
니카라과 수어의 탄생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언어능력을 타고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와 더불어 수어는 언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수어는 단순한 손짓으로 단어를 나열하거나 음성언어(한국어나 영어 등) 문장에 단어만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문법 체계를 갖춘 시각언어이다. 특히 시각언어로서 특정한 공간을 문법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농인 아동의 언어 습득 단계에서 ‘공간배열 조절’ 같은 획기적인 문법 자질이 발달한다고 한다.
한국 수어도 니카라과 수어의 발달과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한국어가 강요되는 상황에서 농학교를 중심으로 한국 수어의 명맥을 이어 왔다. 정규 교과목은 없지만 선배가 후배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세대를 거듭하며 수어를 전달하고 발전시켜 왔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소수 언어 사용자가 공존하고 있다. 다수의 한국어 환경에서 소수 언어 사용자에게는 내 언어로 말할 자유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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