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모르는 아저씨가 안방 문을 열고 다급한 목소리로 비료 포대 같은 커다란 자루를 던져주며 외쳤다. "전쟁이 났으니 빨리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도망가시오!" 나는 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꼭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신중하게 담기 시작했다. 아직 반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까 그 아저씨가 다시 들어와서는 "필요한 물건만 챙기라고 했는데 왜 쓰레기를 담고 있는 거요?"라며 화를 냈다. 나름 신중하게 담고 있던 나는 아저씨의 다그침에 "쓰레기라뇨! 중요한 것만 담고 있어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자루 안의 물건을 살펴보니 잡동사니들로 보이는 물건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어머! 분명히 필요한 물건을 담았는데..."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어두컴컴한 주위를 둘러보니, 벽 모퉁이마다 쌓여있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저렇게 물건이 쌓여있었던 거지?' 언젠가 쓸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하나둘 모아둔 물건이 내 방을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꿈속에서 나타난 아저씨는 나의 정리 인생을 시작하게 해 준 고마운 은인이 되었고, 정리정돈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언젠가 쓸 것 같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하나둘씩 쌓아놓는다. 쌓인 물건들에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물건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라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물건을 쌓아두는 행동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그 물건은 불필요한,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삶을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인생의 문제를 정리하고 싶었던 무의식이 꿈으로 나타난 듯하다. 그 꿈을 계기로 구석에 쌓여있는 짐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도 처음부터 정리를 잘한 것은 아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리를 시작했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블로그에 정리 일기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개적인 장소에 기록하면 왠지 꾸준히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정리 일기를 쓰며 많은 사람의 공감과 응원을 받았고, 이는 정리에 대한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사람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주변이 물건으로 가득하면 내 마음도 복잡해지기 일쑤이다. 마음이 불안할 때는 주변 정리를 통해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해보자. 정리를 하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잡생각들 또한 사라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더 이상 미루지말고 지금 당장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큰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작은 계획을 세워 실행하자. 작은 목표를 하나둘 이루다 보면 성취감을 느끼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금 내 인생의 변화가 필요하다 느끼고 있다면 주변 정리를 시작해보자. 분명히 주변을 정리했을 뿐인데 삶을 정리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에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인생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정리가 터닝 포인트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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