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4·7 재·보궐선거 결과로 확인된 '정권 심판'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가 쇄신 행보에 나선다면 정권을 향한 분노가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가속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9일 선거 패배에 따른 추가 입장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은 채 침묵했다. 전날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세 문장짜리 입장문을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생산공장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에서 "우리 항공 산업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행사 성격상 정치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는 추가 사과나 본격적인 쇄신에 앞서 민심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날 발표된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케이스탯·엠브레인의 여론조사(5~7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전주 대비 1%포인트 오른 40%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1%포인트 떨어진 55%였다. 재보선 이전 실시된 조사 결과이지만,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득표율(41%)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국정 동력이 상실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친문재인계에서도 문 대통령이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부동산 정책에 사과한 만큼 추가 입장 표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정·청 '원팀 유지'를 통해 국정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아직도 '희망적 사고'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판명된 성적표를 받아들고서도 처절한 반성이나 쇄신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반성문과 쇄신 요구가 잇따른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청와대에선 참모진 교체 등의 쇄신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쇄신에 안일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정운영 동력 반등은커녕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에 떠밀려 국정 운영 기조를 전환하거나 정책을 수정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전에 선제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연루된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의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이날 이 실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실장이 코로나19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기소를 해 유감"이라면서 "이 실장 거취 등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해 판단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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