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 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12마리 중 8마리가 죽었어요… 돌고래 무덤에서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4월 2일)한 애니청원에 520명이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을 통해 공감해주셨습니다.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에 사는 큰돌고래 네 마리를 바다쉼터(고래 보호소)로 보내달라는 의견에 많은 분이 동의해주셨는데요. 해양수산부 이재영 해양생태과장에게 바다쉼터 조성 진행 상황에 대해, 7일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에 당선된 서동욱 남구청장에게 큰돌고래 방류 계획에 대해 물었습니다. 또 돌고래 방류를 주장하는 해양동물전문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가 해외에서 추진 중인 바다쉼터 현황에 대해 설명해드립니다.
-최근 해수부가 울산 울주군 송정항을 바다쉼터 조성 후보지로 두고 답사를 했다는 소식이 들리던데요. 어느 정도 진척됐나요. (이하 이재영 해양생태과장)
"송정항은 바다쉼터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물색한 곳입니다. 아직 정해진 바는 없고요. 울주군수가 바다쉼터 조성에 적극적이고 또 고래생태체험관이 있는 울산 지역에 위치해 의미가 크다고 보고 실무진이 답사한 상태입니다. 송정항 외 다른 지역들도 물색할 예정입니다."
-바다쉼터를 조속히 조성하기 위해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 있나요.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춘삼이는 불법 포획된 개체라 정부가 몰수조치를 했기 때문에 방류 시 소유권 측면에서 문제가 없었습니다. 반면 남아 있는 돌고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재산이어서 상황이 좀 다릅니다. 기업에 방류를 강제할 순 없지만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지고, 방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바다쉼터 조성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내 돌고래는 우선 바다쉼터로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민간기업보다 (돌고래를 바다쉼터로 보내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수족관 등록, 점검 주체가 지방자치단체라는 점, 또 바다쉼터 조성에 중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울산시, 남구 등 지자체의 의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바다쉼터는 언제쯤 조성될 수 있을까요.
"바다쉼터의 필요성, 운영 방안 등을 검토할 사업추진타당성조사를 위해 내년도 예산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또 1년 중 수온의 변화, 수심 등 돌고래가 살 수 있는 적합한 장소인지 구체적 조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바다쉼터 조성은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방류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문제는 해수부가 만든 기준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꼭 방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냐 묻는 의견도 적지 않고 (방류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금등이, 대포처럼) 인간의 보호 아래 수족관에 살던 고래가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수족관에서의 삶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루아침에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해양생물, 생태 분야 등 전문가의 의견을 두루 들어본 뒤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해외에는 이미 바다쉼터가 조성된 사례가 있나요.
"아이슬란드와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각각 벨루가 바다쉼터와 돌고래 바다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르면 올해 말 캐나다 노바스코샤섬에 벨루가와 범고래를 위한 바다쉼터가 생길 예정입니다. 이들 모두 시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기업이 힘을 합쳐 조성한 경우입니다."(이하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
-바다쉼터 조성을 위해 꼭 지켜야 하는 기준이 있나요.
"먼거리를 이동하는 돌고래의 습성을 고려해 최소 서울 여의도만 한 면적은 되어야 하고요, 생태적 환경이 보전되어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또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합니다."
-국내에도 울산 울주군 송정항 이외에 적합한 장소가 있나요.
"사실 송정항은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서 바다쉼터를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볼 순 없습니다. 하지만 콘크리트로 지어진 수족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조성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요. 전남 여수, 경남 남해, 경남 고성 등에 적합한 장소가 있습니다. 경남 고성에는 이미 상괭이 보호구역이 있어 인근에 돌고래 바다쉼터를 만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아 있는 돌고래 27마리의 경우 7곳의 수족관이 보유하고 있는데, 방류하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매년 최소 4마리의 수족관 돌고래들이 죽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가둬 놓으면 돌고래가 죽는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죠. 이제 고래류를 새로 들여와 사육하거나 전시하는 일은 불법이 됐습니다. 더는 돌고래 전시와 돌고래쇼에 미래는 없다는 거죠. 수족관 돌고래에 대해 동물 학대라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고 시설을 전환하는 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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