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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전장 한복판에..."

입력
2021.04.1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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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버나드 바루크

'냉전'이란 말을 처음 쓴 미국 월가의 투자가이자 정치인 버나드 바루크. 위키피디아

'냉전'이란 말을 처음 쓴 미국 월가의 투자가이자 정치인 버나드 바루크. 위키피디아


버나드 바루크(또는 바루치, Bernard M. Baruch, 1870~1965)는 뉴욕 월가의 성공한 투자자로, 국내에는 '바루치의 성공 투자 10계명' 같은 재테크의 멘토쯤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생의 절반을 워싱턴DC 정치무대에서 우드로 윌슨과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등 민주당 세 대통령의 경제·외교정책을 거들었고, 1차대전 윌슨 정부의 전쟁산업위원회 의장과 전후 트루먼 정부의 유엔 원자력위원회 미국 대표를 지낸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의 가장 행복한 시절은 1947년 은퇴 후 백악관과 가까운 워싱턴DC 라파예트 공원과 뉴욕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며 시민들과 정치·외교 현안을 두고 담소를 즐긴 때였다. 시민들은 그를 '공원 벤치의 정치인(Park Bench Statesman)'이라 불렀고, 미국 보이스카우트연맹은 만 90세 생일이던 1960년 라파예트 공원에 '바루크 기념벤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의 절친인 윈스턴 처칠이 '철의 장막(iron curtain)'이란 말을 처음 쓴 이듬해인 1947년 4월 16일, 바루크는 '냉전(Cold War)'이란 말을 세상에 내놨다. 그날 그의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이 의사당에 그의 초상화 제막식을 열며 그에게 연설을 청했다. 짤막한 감사 인사 정도를 기대한 참석자들은 노 정치인이 작심한 듯 토해낸 열변에 압도됐다고 한다. 그는 당시 연일 이어진 노동계 이슈를 언급하며 노조는 파업 중단을, 경영자는 해고 중단을 동시에 선언하라고 촉구한 뒤 이렇게 말했다. "속아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는 냉전의 전장 한복판(in the midst of a cold war)에 있습니다. 적은 나라 바깥에도 있고, 우리 가정에도 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사회불안이야말로 적에게 승리를 안기는 지름길입니다.(...) 모든 게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해 9월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립먼)이 뉴욕헤럴드트리뷴 칼럼에 이 단어를 인용하며, '냉전의 시대'를 공식화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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