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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 목숨을 잃는 뇌졸중, 40대 이하에서도 20%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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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 목숨을 잃는 뇌졸중, 40대 이하에서도 20% 발병

입력
2021.04.13 04:5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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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신희섭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신희섭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 증상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하는 생각에 병원을 늦게 찾다간 큰일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신희섭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 증상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하는 생각에 병원을 늦게 찾다간 큰일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뇌졸중은 매년 환자가 60만 명 넘게 발생해 10% 정도가 사망한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할 정도다. 뇌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보다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 대부분이다. 뇌졸중이 고령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40대 이하에서도 20%가 발병할 정도로 젊은 환자도 많다.

‘뇌졸중 치료 전문가’인 신희섭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신 교수는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뇌출혈보다 치료에 여유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뇌경색도 초응급 질환”이라며 “뇌경색이 의심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라면서 병원에 늦게 찾다간 자칫 큰일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뇌졸중이 한국인의 4대 사망 원인인데.

“그렇다. 뇌졸중은 치명적인 병이다. 뇌졸중이 치명적인 까닭은 환자의 10% 정도가 사망하는 데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 해도 40~60% 정도가 발음ㆍ보행ㆍ운동장애 같은 후유증이 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 받는 이도 적지 않다. 이전에는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많았지만 이제는 전체 뇌졸중 환자의 87%가 뇌경색 환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뇌출혈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9만9,811명, 뇌경색 환자는 50만3,241명이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흔히 팔다리 마비, 감각 이상, 한쪽 얼굴 마비로 인한 얼굴 비대칭, 발음 및 언어 장애, 두통, 어지럼증, 구역 및 구토 등이 생긴다. 증상이 심하면 의식이 떨어져 회복되지 않거나,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요즘 많이 생기는 뇌경색의 주원인은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비만 등 기저 질환으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증이다. 또한 부정맥ㆍ심부전ㆍ심근경색 등의 후유증으로 심장에서 발생한 혈전이 이동해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이 생기기도 한다.”

-뇌출혈보다 뇌경색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병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뇌경색도 시시각각 죽어가는 뇌세포를 살리기 위해 1~2분을 다퉈야 하는 초응급 질환이다. 뇌경색이라고 병원에 늦게 가다가는 뇌세포 괴사로 목숨을 잃게 될 수 있다. 뇌경색 증상이 의심되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뇌졸중은 전조 증상이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전조 증상이 있기도 하다. 갑자기 물건을 떨어뜨릴 정도로 힘이 빠지거나, 얼굴이 마비되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잘 나오지 않거나, 감각 이상이 오거나, 극심한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기는 등 뇌졸중 전조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만약 초기 증상이라면 신속히 병원에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뇌졸중 악화를 막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을 앓거나 흡연ㆍ음주ㆍ과로ㆍ수면부족 등의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전조 증상을 항상 기억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ㆍ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경색 치료의 가장 중요한 것은 뇌에 발생한 혈전을 녹이는 혈전 용해제(tPA)를 정맥 투여해 막힌 혈관을 뚫는 것이다. 그런데 전제 조건이 있다. 뇌경색 환자가 출혈 가능성이 있다면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지 못한다. 또한 최근 큰 수술을 받았거나, 혈소판 수치가 낮아 지혈이 안 되거나, 뇌출혈이 생긴 적이 있거나, 수축기(최고) 혈압이 185㎜/Hg 이상일 때도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지 못한다. 보통 뇌경색 환자의 절반 정도에게만 이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 혈관 속에 도관을 넣어 뇌졸중을 치료하는 ‘혈관 내 치료(endovascular therapy)’가 많아졌는데.

“혈전 용해제를 투여할 수 없는 뇌경색 환자는 혈관 내 혈전 제거술로 치료를 한다. 최대 8시간(경우에 따라 24시간)까지 혈관 내 치료로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다. 이 치료로 90% 효과를 낼 수 있다. 혈관 내 치료란 사타구니를 2~3㎜ 정도 절개해 대퇴동맥에 미세 도관(카테터)을 넣어 혈관을 막은 혈전을 빼낸다. 30분 정도의 시술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한 번에 혈관을 뚫어야 하므로 정확하고 숙련된 의료진에게 시술받는 것이 중요하다. 혈전을 제거하면 환자 상태는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반마비(편마비)가 풀려 정상적으로 걷게 되고, 어눌했던 발음도 또렷해진다. 또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던 눈동자가 생기를 되찾기도 한다.

이 같은 혈관 내 치료는 뇌경색과 뇌출혈 모두에 적용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혈관 내 치료의 효과가 매우 뛰어나 급성 뇌경색 치료에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3,500여 건의 혈관 내 치료로 급성 뇌경색을 치료했다. 뇌출혈도 출혈을 일으킨 혈관 이상 부위에서 출혈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혈관 내 치료를 시행한다. 특히 지주막하 출혈을 일으키는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 치료를 위해 혈관 내 치료의 일종인 코일 색전술(카테터로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류에 접근한 뒤 1㎜ 이하의 가느다란 백금 코일을 채워 넣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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