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부통령 "최대한 빨리 해결해달라" 촉구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란 측에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6,000억 원)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결 자금 문제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와 직결돼 있는 만큼 한국의 독자적 해법 제시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측면 지원하는 등 '확실한 해결 의지'를 전달함으로써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을 방문 중인 정 총리는 에스학 자한기리 제1부통령과 11일(현지시간)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단독·확대회담을 진행했다. 자한기리 제1부통령은 7명의 이란 부통령 중 서열 1위로 행정부 2인자다.
자한기리 제1부통령은 1시간 30분간 진행된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의료 장비, 의약품 구입용 대규모 외화 자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서 한국 은행들이 이란의 외화 자원을 차단했다"며 "결과적으로 이런 조치들은 이란 사람들에게 항상 긍정적이고 우호적이었던 한국의 이미지와 입지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문제가 된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산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정 총리의 이란 방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해결 노력과 의지에 기대감을 표했다.
정 총리는 "우리 정부는 이란 핵합의와 관련해 당사국 간 건설적 대화의 진전을 측면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화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관련국과 가능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핵합의 복원을 지원함으로써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우리 측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이란이 국내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를 억류한 실질적인 배경으로 동결 자금 문제가 지목된 바 있다.
정 총리는 "그간 한국과 이란이 워킹그룹을 통해 진행해온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 인도적 교역이 확대돼 이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양국은 이란 핵합의 복원 시 경제 교류 및 협력을 즉각 진행할 수 있도록 '경제협력 점검협의체'를 설치해 협력 대상 사업을 미리 발굴·준비하기로 했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한국케미호 억류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항행의 안전과 에너지 안보에 결정적인 만큼, 해협 내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와 자한기리 제1부통령은 기자회견 후 1시간 동안 만찬을 함께했다. 자한기리 제1부통령은 정 총리에게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상황 등을 적극 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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