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전제로 ‘업종별 영업시간 확대’ 추진 방침을 밝히자 전문가들은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낮고, 그로 인해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2일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보유한 10명 중 8명은 음성으로 무사통과돼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민감도가 떨어지는 진단키트를 사용했다가 더 큰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단키트에 사용되는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매우 낮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이달 초 대한의학회의 영문 의학저널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된 서울대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 환자 98명에게서 검체를 채취해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RT-PCR)와 신속항원검사를 병행한 결과 신속항원검사의 특이도(음성인 사람을 음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은 100%였지만, 양성인 사람을 양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인 민감도는 RT-PCR의 17.5%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진단검사의학회가 코로나19 검체를 활용해 신속항원검사의 성능을 분석해 공개한 민감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진단검사의학회가 680개(양성 380개, 음성 300개)의 검체로 신속항원검사를 분석했을 당시 민감도는 29%였다.
진단키트의 낮은 정확도 문제와 함께 이를 보급했을 때 현장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노래방 업주는 “지금도 QR코드 인증이나 전화 인증조차 귀찮다고 회피하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며 “신속검사라지만 결과 나오기까지 10~20분 걸리는 검사를 응할 취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자가진단키트는 사용자가 얇은 면봉으로 입안과 콧속을 훑은 뒤 액체에 담근 검체를 키트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검사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도 간단치 않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막대를 비강 가장 깊숙한 비인두까지 찔러 넣어 검체를 채취해야 해 숙련된 의료인이 아닌 의학적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일반 업소 주인이 할 경우 정확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한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효과가 컸다면 왜 100만명당 확진자 수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나오고 있겠냐”고 반문했다.
앞서 이날 오전 오 시장은 업종별로 영업 시간대를 달리해 야간 영업을 허용하되, 방역을 보완하는 조치로 다중이용시설 입장객에게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자가진단 키트를 방역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을 거론하며 “자가진단 키트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사용승인을 촉구한다”며 “식약처의 사용 승인과 별도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활용한 시범사업을 통해 코로나19 예방 효과 여부 검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사업 대상은 노래연습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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