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위해 야권 통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대선을 앞둔 통합에 대한 공감대에도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과 시기를 두고 이견은 여전하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 속에 이들의 셈법과 이합집산 등에 따라 통합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서두르는 유승민, 통합 전 '집단 지도체제' 강조
유승민 전 의원은 새로운 야권의 모습을 그리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4·7 재·보궐선거 다음 날인 8일 마포포럼 세미나에서 '조기 전당대회→집단 지도체제 전환→야권 재편→대선 레이스'라는 밑그림을 일찌감치 제안했다. 대권 도전 선언 이후 지지율이 2, 3%대에 그치고 있는 만큼, 야권 재편 및 통합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당내 영향력을 높여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유 전 의원 주장의 핵심은 당 대표가 전권을 갖는 국민의힘 현행 단일 지도체제를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협의하는 집단 지도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의 주요 임무는 대선 레이스 관리인 만큼 각 계파와 대선주자들을 대변하는 인사들이 고루 포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승민계 한 의원은 13일 "대선 레이스에서 특정 주자와 지도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당이 흔들리면, 하나된 야권을 끌고 가기 어렵다"며 "야권 통합을 위한 준비단계로서 국민의힘 지도체제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중한 안철수, 혈혈단신 통합 경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 재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명확한 방향과 그림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방식과 시기 등을 두고 줄다리기 중인 상황에서 자신의 패를 먼저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다. 안 대표는 이날도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의 혁신적 대통합이 필요하다"면서도 "큰 목적에 동의하면 풀어가는 과정에서 무리 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그가 신중한 이유는 비례의석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이 통합을 서두르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에 흡수돼 소멸될 수 있다는 경계감 때문이다. 안 대표는 정치 입문 이후 주로 제3지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하지만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2018년 바른미래당 창당 등 기성 정당과 합당했을 당시 계파 갈등 속에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해 실패를 경험한 전례가 있다. 국민의당 출신 인사는 "안 대표가 지금은 ‘국민의당 대표’지만,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순간 역할이 모호해진다"며 "대선은 장기 레이스인 만큼 국민의힘 내에 확실한 세력 구축 없이 섣부르게 통합하는 것은 손해 보는 장사"라고 경계했다.
느긋한 윤석열… 결벽과 조직력 사이 고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세 주자 가운데 가장 느긋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주자 중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대선 출마 선언만으로 야권 통합의 판을 요동치게 할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거론되는 야권 통합의 전제도 "윤 전 총장이 들어올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수렴된다.
윤 전 총장의 고민은 '국민의힘과 손을 잡을 것인가'이다. 윤 전 총장이 검사 시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는 그에게 여전히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윤 전 총장도 강성 보수 색채가 강한 국민의힘에 합류할 경우 '반(反) 문재인'을 외치는 것 외에 개혁을 도모하거나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대선 레이스 완주를 위해서는 자금과 조직력이 필요한 만큼 윤 총장이 국민의힘을 멀리하고 제3지대에서 세력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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