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씨 KBS '슈돌' 출연 반대 공박하는 기자회견
"정상가족이 무엇이냐… 무례한 폭력" 출연 지지
'혼인·혈연·입양=가족'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촉구
"누가 정상가족, 비정상가족을 나눌 수 있나."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해 자발적 비혼모가 된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씨의 방송 출연을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비혼출산 혐오'를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엄마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등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앞에서 사유리씨 방송 출연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비혼출산은 비정상가족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런 인식을 부추기는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KBS 육아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이 사유리씨 출연을 결정하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영방송이 비정상적 비혼모 출산을 부추긴다"는 반대 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일었다.
최형숙 인트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2005년 출산해 미혼모로 살아왔음에도 올해 열일곱 살이 된 아이는 '눈 뜨고 학교 가는 시간들이 행복하다'고 말한다"며 "그동안 아이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비정상이라 생각지 않고, 아이 또한 엄마와 사는 가정이 비정상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아연 활동가는 "아빠, 엄마, 자녀로 이뤄진 가정이라고 모두 건강하지 않듯이 한부모, 조부모 가정이라고 건강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유리씨의 자발적인 선택,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대해 우리 사회는 무례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 상황이 1980년대 이혼 여성의 방송 출연을 금기시했던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진방 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2021년인데도 사유리씨의 방송 출연을 제지하는 것은 분명한 가족 차별"이라며 "(한부모가정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원이 아니라 낙인을 없애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이 이른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조장한다며 명칭 및 내용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4년 제정된 이 법에는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라거나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혼인·혈연·입양이 가족의 전부였던 시대는 지났음에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가족의 형태는 낡은 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누구나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없는 지위를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고 법 개정을 요구했다.
박길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건강가족기본법의 명칭부터 문제 삼았다. 이 법이 '정상가족'을 '건강한 가정'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그 밖의 가족 형태를 비정상으로 낙인 찍고 가부장 중심 질서를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발언한 박 대표는 "'건강'이라는 개념을 '정상성'으로 왜곡하는 법률의 즉각 개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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