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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중략) 낡은 것과 싸우는 동안에 새것도 그대로 낡아 간다. 의(義)도 권력을 만나면 불의(不義)를 닮아 간다.” (조지훈, ‘원단 유감-캘린더의 첫 장을 바라보며’)
청록파 시인 조지훈 선생은 서생적 기질과 상인적 감각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 역사적 흐름과 사람의 본성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개혁 성향이 강하고, 불의에 맞서 행동하는 성격이 있다.
명리학(命理學)에서 이 같은 기질을 ‘상관(傷官)’이라 한다. 관(官)을 상(傷)하게 한다는 뜻이다.
사주는 음양(陰陽) 오행(木火土金水)의 관계를 해석하는 것으로 다섯 종류가 있다. 먼저 △같은 오행 △도와주는 것 △도움받는 것 △제어하는 것 △제어 받는 것 등이다.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를 생극제화(生剋制化)라 한다. 음양으로 구분하니 총 열 가지가 된다.
사주의 주체인 일간(日干, 생일의 위 글자)의 오행이 도와주는(相生) 오행 중 음양이 같은 것은 식신(食神), 음양이 다른 것은 상관이다. 일간이 목(木)일 경우, 나머지 일곱 글자 중 음양이 다른 화(火) 오행이 상관이 된다. 나무는 땔감으로 불을 도와준다. (木生火)
관은 국가 체제, 법, 기존 권위, 질서 등이다. 기득권, 관습, 관행, 직업 등도 포함된다. 여성에게는 배우자, 이성 친구 등도 관이다.
사주에서 제 역할을 하는 상관은 기본적으로 총명하다. 기획력과 순발력이 뛰어나다. 호기심이 많으며 오지랖이 넓다. 측은지심에 씀씀이도 좋다. 매사에 비판적이고 반항적이다. 피하지 않고 치우고 가는 성격이다. 겁이 없고 직언을 잘해 윗사람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하극상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구설수는 덤이다. 외부에서는 인기가 좋다. 선민의식으로 독선적인 면이 강하다. 화술은 좋으나 심중의 말을 참지 못한다.
검사, 언론인, 노조, 사회활동가 등이 제격이다. 혁명가에 상관 기질은 필수이다.
명리학 고서 명리약언(命理約言)에 ‘상관견관(傷官見官) 위화백단(爲禍百端)’이란 말이 있다. ‘상관이 관을 만나면 백 가지 재앙이 생긴다’는 것이다. 관 중심이었던 고대에는 상관을 그만큼 꺼렸다.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 정치가 상앙은 “세상이 바뀌면 일을 처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世事變而行道異)”고 했다.
현대의 상관은 의미와 역할이 달라진다.
야당은 필요하며, 약자를 대변해야 하고, 부조리를 고발하며, 갑질에는 단호히 맞서야 한다. 상관은 평등과 공정, 정의를 감시하는 존재이다.
다 주어진 달란트(talent)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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