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14일 한자리에 모인 국민의힘 중진들은 '혁신'과 '쇄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당권'과 '합당' 문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청년 및 2030세대를 위한 전국정당으로의 변모 등 초선 의원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공식 회의를 갖고 향후 당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성명을 낸 초선 의원들의 요구에 중진 의원들이 어떤 식으로 화답할지 관심이었다.
모두발언에서 중진 의원들은 “여당보다 더 혁신하고 쇄신해야 한다”(이명수 의원), “당의 혁신을 일관되게 계속 추진해나가야 한다”(박진 의원)고 주장해 혁신과 쇄신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비공개 회의에선 차기 당권을 둘러싼 얘기들만 주로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발단은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주 대표 대행과 정진석 의원이 당 대표 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역시 당권 도전을 노리는 홍문표 의원은 관련 기사를 언급하며 “보궐선거가 끝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만과 독선 정치를 시작했다”고 두 사람을 향해 면전에서 날을 세웠다. 이에 주 대표 대행과 정 의원은 “그런 일 없으니 우려할 것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성도 오갔을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30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의 주제는 대부분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였다고 한다. “선거 때 약속한 국민의당 합당은 지켜야 한다”(서병수 의원) "야권 통합은 국민의 명령이고 순리다. 통합이 곧 자강이다”(정진석 의원) 등 중진 의원 대부분은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서두르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당 이슈가 혁신과 동떨어진 문제는 아니지만,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자체적인 혁신 방향을 잡기도 전에 합당으로 이슈를 몰아가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합당 문제는 향후 야권 재편과 대권 레이스를 관리해야 할 차기 당권 주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혁신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이를 주장하는 중진 의원들의 이해관계와 더 맞물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당 혁신 방법을 제시한 서병수 의원은 "(이번 선거가) 직선제 이후 이어진 산업화ㆍ민주화 세대의 퇴진을 요구한 게 아닌가”라며 "'내가 나서는 게 당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젊은 사람이 등장해서 새로운 정치 세대를 구축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뒤돌아보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