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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치킨 쿠폰이? '경품 예능' 시대 '이게 머선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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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치킨 쿠폰이? '경품 예능' 시대 '이게 머선 129?'

입력
2021.04.16 04:30
수정
2021.04.16 07:34
21면
0 0

'빨대퀸' '네고왕' '로또왕'?
경품 예능 바람

지난 9일 첫 공개된 온라인 예능 프로그램 '빨대퀸'에서 방송인 홍현희 옆에 치킨 쿠폰이 등장한 모습. 시청자가 쿠폰을 낚아챈 뒤 사용하면 바코드가 사라지고 '사용완료' 문구가 뜬다. 카카오TV 방송 캡처

지난 9일 첫 공개된 온라인 예능 프로그램 '빨대퀸'에서 방송인 홍현희 옆에 치킨 쿠폰이 등장한 모습. 시청자가 쿠폰을 낚아챈 뒤 사용하면 바코드가 사라지고 '사용완료' 문구가 뜬다. 카카오TV 방송 캡처

"저분들한테 쭉 뿌려줘!" 길거리를 지나가던 방송인 홍현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화면엔 치킨 쿠폰이 떴다. 지난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카카오TV 예능프로그램 '빨대퀸'이다.

지난 9일 첫 공개된 온라인 예능 프로그램 '빨대퀸'에서 치킨 쿠폰이 화면을 꽉 채웠다. 시청자가 쿠폰을 낚아챈 뒤 사용하면 바코드가 사라지고 '사용완료' 문구가 뜬다. 카카오TV 방송 캡처

지난 9일 첫 공개된 온라인 예능 프로그램 '빨대퀸'에서 치킨 쿠폰이 화면을 꽉 채웠다. 시청자가 쿠폰을 낚아챈 뒤 사용하면 바코드가 사라지고 '사용완료' 문구가 뜬다. 카카오TV 방송 캡처


'5초 뒤에...' 오디션 결과 발표?

홈쇼핑도 아니고 예능프로그램에 쿠폰이라니. 방송 사고일까. 아니다. '빨대퀸'은 홍현희가 'N잡러'가 돼 부업 시장에 뛰어든 뒤 그 수익을 시청자에게 쿠폰으로 나눠주는 프로그램이다.

'5초 뒤에 기프티콘이 터집니다'.

14분 분량의 1회에선 치킨과 피자 쿠폰 17개가 영상 곳곳에서 팝콘처럼 튀어나왔고, 이 깜짝 선물은 2분 만에 동이 났다. 쿠폰 뿌리는 예능은 공개 당일 조회 수 170만건을 넘어서며 '대박'이 났다. '이게 머선 129(이게 무슨 일인가를 뜻하는 유행어)'는 딱 이 프로그램을 위해 만들어진 말 같다.

온라인 예능프로그램 '로또왕'에서 배우 이이경이 경품 당첨 번호를 복권처럼 직접 뽑고 있다. 이날 경품은 TV였다. 달라스튜디오 방송 캡처

온라인 예능프로그램 '로또왕'에서 배우 이이경이 경품 당첨 번호를 복권처럼 직접 뽑고 있다. 이날 경품은 TV였다. 달라스튜디오 방송 캡처


시청자에게 '별풍선' 쏘는 이유

이젠 '경품 예능' 시대다.

유튜브에서 화제인 예능 프로그램 '로또왕'에선 배우인 이이경이 복권처럼 즉석에서 번호를 뽑고, 이벤트 응모로 그 번호를 사전에 받은 시청자에게 경품이 돌아간다. 경품은 TV부터 기업 CEO와의 점심까지 다양하다.

방송인 광희와 장영란이 출연해 입소문이 난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네고왕'은 출연자가 특정 기업을 찾아가 소비자 요구를 전달하고 특정 기간 상품 할인 판매 계약을 맺은 뒤 그 혜택을 시청자들이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네티즌이 좋아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실시간으로 '별풍선'을 쏴 금전적으로 후원한다면, 경품 예능은 정반대다. 제작진과 출연자가 쿠폰 등으로 '미끼'를 던져 시청자를 잡는다. 콘텐츠 홍수 시대, 본방 시청자를 사수하려는 전략이다. 21세기 예능의 새 풍경이다.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에 출연하는 강호동이 입버릇처럼 말해 유행어가 된 "머선129". tvN 방송 캡처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에 출연하는 강호동이 입버릇처럼 말해 유행어가 된 "머선129". tvN 방송 캡처

경품 예능의 반응은 뜨겁다. 광희가 출연했던 '네고왕' 시즌1은 회당 평균 조회 수가 300만건을 넘고, '로또왕'도 회당 조회 수가 100만건에 육박한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인터넷 콘텐츠 성공의 핵심은 커뮤니티 형성 여부"라며 "N잡러와 생활용품이란 현실적 소재를 활용해 온라인 플랫폼만의 자유로운 소통으로 공감대를 넓힌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경품 예능은 TV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간접광고(PPL) 규제의 제약을 덜 받는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기업들은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제작사들은 점점 커지는 제작비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선호한다. 방송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 인기인 온라인 콘텐츠 A는 1회 촬영에 제작비 2,000만~3000만원 선.

TV와 온라인 예능 콘텐츠 제작을 모두 경험한 작가는 "촬영 시간은 4~5시간 정도이고 TV 예능과 비슷한 규모의 제작진이 투입되는 데 비해 방송은 10분대로 압축해야 해서 온라인 콘텐츠 제작비 부담이 밖에서 보는 것보다 크다"며 "TV 유명 예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협찬비를 받을 수 있는 제작 현실도 경품 예능이 잇따라 나오는 배경"이라고 귀띔했다.

온라인 예능 '네고왕'에서 출연자인 장영란이 한 편의점 회사를 찾아가 상품 할인 판매 계약서를 쓰고 있다. 방송 계약의 혜택은 시청자에게 돌아간다. 달라달라스튜디오 방송 캡처

온라인 예능 '네고왕'에서 출연자인 장영란이 한 편의점 회사를 찾아가 상품 할인 판매 계약서를 쓰고 있다. 방송 계약의 혜택은 시청자에게 돌아간다. 달라달라스튜디오 방송 캡처



'PPL 사각' 사행성 우려도... "기부 대신, 동업자 느낌 주려고"

경품 예능이 잇따라 나오면서 사행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콘텐츠가 자칫 '기업 광고판'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TV와 달리 온라인 콘텐츠는 현행법상 시청 등급 표시 의무도 없고,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경품을 지나치게 남발하면 제약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최근 제작된 경품 예능을 사행 행위로 보긴 어렵다. 시청자에게 금전 등을 받지 않고 방송사나 출연자의 재원으로 경품을 지급하는 방식이어서다. 다만 방심위 관계자는 "온라인 방송은 인터넷 정보에 포함된다"며 "경품을 남발해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보일 경우, 청소년유해정보 여부 등을 심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경품 예능 프로그램은 경품 지급이 광고나 수익 창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건영 '빨대퀸' PD는 "방송을 통한 출연자 수익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기부 대신 수익을 쿠폰으로 시청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며 "투명한 수익 공개가 시대정신에도 맞고 시청자와 동업자 느낌으로 함께 갈 수 있다고 판단해 쿠폰을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빨대퀸'을 제작한 카카오M 관계자는 "1회 영상에 나온 쿠폰은 PPL이 아니다"라며 "전화가 많이 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알리고 이에 동의한 업체의 쿠폰을 사 제작했다"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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