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치며 떠나 보낸 '노장'에 대한 국민의힘의 시선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의 4·7재·보궐선거 압승을 이끌고 퇴진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연일 비판하면서다. "당을 어지럽힌다"는 적대감과 "개혁의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김종인이 입 열수록 모자라 보이는 '딜레마'
개혁 의제를 선점한 김 전 위원장이 입을 열수록 국민의힘에 '반개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건 딜레마다. 거침 없이 훈수 두는 김 전 위원장과 당권 경쟁·야권 통합을 놓고 뒤숭숭한 당내 사정이 대비되면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과외선생의 가르침이 필요한 학생'처럼 비친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을 흘겨 보는 건 주로 중진들이다. 국민의힘의 정체성은 여전히 '영남권 보수 정당'이고, 정체성을 떠받치는 건 중진 의원들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비위에 대한 사과'와 '광주 국립5ㆍ18민주묘지에서의 무릎 사과' 등 김 전 위원장 행보는 중진들이 중시하는 '당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전 위원장이 중진들의 당권 경쟁을 가리켜 "아사리판"이라고 독설하자, "마시던 물에 침 뱉는다"(4선 권영세 의원) "노욕에 찬 정치 기술자"(3선 장제원 의원) 등 날선 반발이 나온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신스틸러' 김종인에 가려진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선에서 이기고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김 전 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시선을 독점 중이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서두르는 의원들은 '국민의힘 안에 무대를 펼쳐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김 전 위원장의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라"는 발언은 합당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 금태섭 전 의원 등까지 규합한 '제3지대 정당'을 띄워 국민의힘을 위협하는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느끼는 실존적 공포다.
재보선 기세를 이어받아 통합 정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킹메이커'가 되려는 국민의힘 인사들 입장에서 보면 김 전 위원장은 '지독한 훼방꾼'인 셈이다.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한 의원은 1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을 나간 사람이 밖에서 당 사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김 전 위원장의 전력을 두고 "윤 전 총장이 30년 전 뇌물을 받은 전과자와 손을 잡겠나"며 김 전 위원장을 견제했다.
"'입에 쓴 약' 삼켜야 이긴다"
국민의힘을 5년 만에 탄핵의 늪에서 탈출시킨 건 김 전 위원장의 분명한 공적이다. 그의 존재를 '입에 쓴 약'으로 받아들이는 의원들도 있다. 특히 초선 의원들이 김 전 위원장의 개혁 노선에 찬동한다. 한 초선 의원은 "정권 교체를 이루려면 김 전 위원장의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여 당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비영남권 지역 3선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얼마나 답답하면 당을 나가서도 그런 소리를 하겠냐"며 "비판을 냉철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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