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20명 구한 김동수씨 부인 김형숙씨
"남편, 7년 전 4월 16일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와"
"배상 적게 받은 생존자들도 자기 책임인 듯 느껴"
"이해 바라는 것 아냐, 그저 지켜봐 달라"
2014년 4월 16일, 침몰해 가는 세월호에서 소방 호스를 몸에 감고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20여 명을 구한 화물차 기사 김동수씨는 '파란 바지 의인'이자 '영웅'으로 불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딸과도 비슷한 나이의 학생들을 모두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생존자를 지켜보는 가족도 고통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김동수씨의 부인 김형숙씨는 15일 TBS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에 출연해 "사실 저도 정말 지겹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남편은 2014년 4월 16일 그 세월호에서 한 발자국도 헤어나오지 못한 채 갇혀 있다"면서 "남편이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아니 예전 모습의 50%만 돌아온다 해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이겨내려 노력해도, 몸이 기억하는 고통"
김동수씨 등 세월호 생존자 15명으로 구성된 '제주도 세월호 생존자를 지지하는 모임(제생지)'은 13일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동수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날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입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도 수시로 자해를 시도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김형숙씨는 "처음에 약을 한 30, 40알 정도 먹었거니 생각했는데 입원해서 약을 들어보니까 100알 이상을 먹었더라"면서 "그래서 지금은 조금 몽롱해 있기도 하고, 물어보면 아무 생각이 없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김형숙씨는 남편 상태에 대해 "본인 스스로는 좋아하는 마라톤도 해 보고,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도 "어쨌든 약으로 조정을 하니 지금은 완전 무기력하고, 숨만 쉬는 송장 같아 보인다"고 했다.
그는 "정신과 선생님들 얘기는, 본인은 이겨내려고 아무리 이를 악물고 노력을 해도 몸이 기억하기 때문에 스스로 이겨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가족이나 지인들이 더 보듬어주고 더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줘야 된다고 하더라"고 했다.
"남편은 사람 구하는데, 지켜보던 이들이 도와줬다면..."
정부는 세월호 사건 생존자들의 후유장애 진단 배상을 하면서 대체로 5년이면 나을 수 있다고 간주하고 보상했지만, 김씨는 지금도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나섰다.
김형숙씨는 "작년까지 혼자 싸우다가 한계가 있어서 '제주도 세월호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면서도 "남편이 이런 일을 나설 때마다 힘들어해서 반대하고는 있지만, 동수씨는 생존자들은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생지'를 만들 때부터 사람들을 설득했고, 정말 보상을 턱없이 못 받은 동생들도 있기 때문에 같이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왜 김동수씨의 트라우마에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형숙씨는 "(세월호 사건 당시) 못 봤던 해경의 영상을 봤는데, 동수씨는 배 위에서 혼자 막 소방호스로 돌아다니면서 왔다 갔다 구조하는 영상이 보이더라. 그런데 그때 국가기관에 속한 사람들은 가만히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 영상을 보면서 그 특수 훈련을 받은 분들이 동수씨를 도와서 조금만 같이 구조를 해줬더라면, 국가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구조를 해줬더라면, 구조를 못 했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보다는 구조했다는 자부심이 더 들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다른 생존자 보상 적은 것조차 자기 책임 같아"
김동수씨는 다른 생존자들의 고통 역시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 다른 생존자들 역시 김동수씨와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이 가운데는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형숙씨는 "생존자 중에는 일상으로 빨리 복귀하다 보니 치료를 못 받으니까 후유장애 진단 자체를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며 "이런 분들은 보상도 다른 사람들의 10%, 20%밖에 받지 못했기 때문에 동수씨는 본인보다는 동생들(생존자들)을 적극 치료하게 할 걸 하고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수씨와 생존자들을 법적으로 대리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는 같은 날 KBS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2015년에 세월호 피해 지원법상 배상금을 받았지만 그 당시에는 여러 가지 불완전한 후유장애 진단을 통해서 배상이 된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추가 배상 청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생존자들의 치료가 다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냥 후유장애로 평가하고 배상해서 그냥 더 이상 배상 청구할 수 없도록 다 모든 길을 막아 버렸다"면서 "정기적으로 그분들의 트라우마를 평가하고 여러 가지 생계 지원과 치료비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국가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편 따라 저도 일희일비... 내 감정이 없는 것 같다"
재난 피해 당사자의 고통은 가족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김형숙씨는 "지금 남편의 기분에 따라 저도 이제는 일희일비하고 있다"며 "남편이 오늘 아침에 얼굴이 좀 좋고 저한테 웃어주면 저도 그날 하루가 좋고, 남편이 좀 우울해하면 저도 같이 우울하고, 제 감정 따위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비난을 할 거면 저를 비난하는 건 좋지만 제 남편을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형숙씨는 "제 남편은 본인도 죽을 수도 있지만 그날 그냥 그렇게 목숨을 구한 것밖에 없다"면서 "그는 비난을 받아들일 만큼 회복이 되지 않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다. 여기 생존자들도 다 마찬가지다. 단지 그냥 다 마음 속에 참고 있는 거다"라고 했다.
김형숙씨는 "다들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하는데 나도 그 말이 공감이 된다. 다 본인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해해 달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저희 딸이 항상 하는 말이, '우리 아빠를 이해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다. 그냥 저희 모습 그대로 저희 이번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을 그냥 4월 16일 하루만이라도 실컷 아파하고 분노하게 그냥 지켜봐 주시면 안 될까. 그렇게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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