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프 송금’ 등 가상화폐 부작용 드러났지만?
애매한 정부 지침으로 오히려 일선 창구서 혼란?
“사각지대 방치 대신 적극 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가상화폐를 두고 여전히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다"라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투자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법과 규제에 공백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최근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더 오르면서 불법 해외송금 의심 사례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해외 송금 관련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같은 가상화폐가 국내 거래소에서 훨씬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일컫는데, 최근엔 그 차이가 최대 20%까지 불어났다.
이에 내·외국인이 국내보다 싼값에 해외 거래소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돈을 보내거나, 해외에서 들여온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차익을 남긴 뒤 해외로 보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송금이 이달 들어 폭증했다. 가상화폐 구매를 위한 송금은 불법이고, 외국인의 송금도 자금세탁 등에 연루될 수 있다.
정부가 명확한 대안 없이 법적 근거가 미비한 지침을 시중은행에 내려보내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지침은 해외 송금 거래가 없던 고객이 갑자기 해외 송금을 요청한다거나, 특정 지점에 해외 송금이 몰릴 경우 거래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건당 5,000달러, 연간 5만 달러까지는 별도의 서류 없이 해외 송금이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행법상 문제없는 송금을 가상화폐 때문에 못하게 하면서 일선 창구에서 고객과의 마찰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상화폐로 인한 '부작용 최소화'에만 초점을 맞출 뿐, 제도권 편입 등 근본적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가상화폐에 대해 거래실명제·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을 부과한 것 외에, 최근까지 가상화폐를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투기성 높은 가상화폐의 실체에 여전히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며 “ 정부가 섣불리 제도화에 나서면 자칫 ‘안심하고 사도 된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화폐 거래액이 늘고, 해외에선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국가도 나타났지만 우리 정부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사각지대에 방치만 할 게 아니라 관련 법을 적극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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