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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등장한 '여성도 군대 가자'…온라인 더 뜨겁게 달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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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등장한 '여성도 군대 가자'…온라인 더 뜨겁게 달궈졌다

입력
2021.04.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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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역차별·인구감소 이유로 고개든 여성징병제
청와대 청원·군 경력 취업 승진에 반영 등 겹쳐 관심
"남녀 동등한 의무 수행" vs "처우·환경 개선 먼저"

지난달 3일 오후 경북 영천시 고경면 육군3사관학교 충성연병장에서 제56기 졸업 및 임관식이 열렸다. 2019년 입교해 2년 동안 일반전공과 군사학 교육과정을 이수한 483명(여군 47명 포함)이 이날 소위로 임관했다. 영천=뉴스1

지난달 3일 오후 경북 영천시 고경면 육군3사관학교 충성연병장에서 제56기 졸업 및 임관식이 열렸다. 2019년 입교해 2년 동안 일반전공과 군사학 교육과정을 이수한 483명(여군 47명 포함)이 이날 소위로 임관했다. 영천=뉴스1

여성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16일 한 청원인이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청원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3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받으며 이목을 끌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됐던 여성징병제 신설 제안이 또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4·7 재보선에서 '이남자(20대 남자)'의 표심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20대의 최대 관심사인 '군복무' 이슈가 관심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이남자를 겨냥한 제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앞서 ①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전국 지방자치단체 직원 채용 때 군 경력을 인정해 주자는 의견을 밝혔고 ②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승진 평가 때 병역 의무 경력을 반영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③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한 발 나아가 현재의 징병제를 없애 되, 남녀 모두 40~100일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 복무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를 기반으로 최첨단 무기 체계와 전투 수행 능력 예비군의 양성을 축으로 하는 정예강군 육성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여성의 군 복무를 통해 의무복무기간은 대폭 줄이되 병역 대상은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게시판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이 빠르게 올라오며 '여성 병역 의무' 관련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여성징병제 필요...여성도 듬직한 전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16일 실린 이후 사전 동의를 받고 있는 상태인데 3일 만인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5만 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고, 남성의 징집률 또한 9할에 육박하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서 높아진 징집률만큼이나 군 복무에 적절치 못한 인원들마저 억지로 징병대상이 돼버리기 때문에 국군의 전체적인 질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에 포함해 더욱 효율적인 병 구성을 해야 한다"면서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역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며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징병제에 관한 청원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청원이 시작된 이래 꾸준히 제기됐고 2017년에는 실제로 12만 명의 동의 수를 얻은 청원도 있었다. 당시 해당 청원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급하며 "국방의 의무를 남녀가 함께 하게 해달라는 청원도 재밌는 이슈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사전 동의 100명 이상 청원글에 대해 내부 검토 절차를 거쳐 게시판에 '진행 중 청원'으로 공개한다. 이 청원도 머지않아 일반인이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군복무, 양성평등 초석"vs"군인 처우 먼저 개선"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 징병 가능성과 남성 군 복무 부담 완화 등 문제 외에도 여성의 권리 신장과 국방 정책 등을 망라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여성징병제을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병력 감소'와 '양성평등'을 근거로 든다.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여성 징병을 통해 병력을 충원하고,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인 병역 의무를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청원인의 논리와 비슷하다.

온라인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여성들도 원하는 시대가 왔고 20~30대 남자들은 여자와 별반 차이도 없다"며 "1년 6개월 채우기는 어려워도 최소한의 의무 이행은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도 "양성평등이 자리 잡기 위해선 기본적인 것부터 이행이 돼야 한다"며 "시대가 바뀌었으니 징병이 아니더라도 사회 봉사 등 현실적으로 의무를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징병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성 이용자도 상당수였다.

여성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기존 남성들이 만든 제도고 여성은 선택권이 없었을 뿐이지 여자라고 여성징병제나 군사 훈련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성별을 떠나 기초 군사 훈련받는 게 이득인데 항상 남녀 대립 구조로 논란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황당하다"고 성대결 방식의 논의에 불만을 나타냈다.

다른 여성 이용자도 "여성 차별을 이야기하면 항상 병역 문제가 나오는 수순이 지겹다"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없어질 수 있다면 차라리 군대에 다녀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낫겠다"고 토로했다.

여성징병제 시행에 앞서 병역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특히 20대 여성들이 많이 가입한 커뮤니티에는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와 병역제도의 모순은 그대로 두고 엉뚱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이용자는 "임금격차, 성폭력 문제 등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은 언급도 안 하고 '남자는 가는데 여자는 왜 안 가냐'는 감정 논리만 들이대고 있다"며 "경찰, 군인 같은 이미 (해당) 직업군에 존재하는 여성들부터 편협하지 않은 시선으로 대우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다른 이용자도 "군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심한 위계 질서나 가학행위 아닌가"라며 "여성징병제 문제를 꺼내기에 앞서 처우를 높이고 폭력적 문화와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 군대 문제를 해결하는 빠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손효숙 기자
이규리 인턴기자
장윤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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