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KF-21(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 최대 성과다."
최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의 방한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평가다. KF-21 개발에 미적거려온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시제기 출고식에 참석한 만큼 사업의 지속적 참여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본국으로 철수한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올 하반기에 복귀한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공동개발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반겼다.
분담금 해결 없이 50억 달러 차관 제공설도
그러나 방사청 평가와 달리 고개를 갸웃하는 여론의 반응이 많다. 인도네시아가 미납한 분담금 6,044억 원에 대해 방사청은 "현재 양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을 뿐, 별다른 진전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까지 납부한 2,272억 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공동개발을 지속하는 대가로 인도네시아에 차관 50억 달러(5조6,000억 원)를 제공한다거나 식량기지화 사업을 지원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인도네시아는 2026년까지 소요되는 총 개발비 8조8,000억 원 중 20%(1조7,663억 원)를 부담하기로 했다. 미납금 문제가 공전하면서 일각에선 2조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에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건네줄 바에야 차라리 독자 개발해야 한다는 반론까지 나온다.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는 불확실한 파트너를 ‘손절’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셈법 다른 방사청 "인니 끼고 가야 수출 유리"
방사청의 셈법은 다르다. 군 당국이 인도네시아와 KF-21 공동개발에 나선 이유가 단순히 '개발비' 때문은 아닌 탓이다. 이번 사업의 성패는 개발 완료 이후 전투기 판매 실적에 달려 있다. 전투기 개발은 300대 이상을 생산해야 이익이 발생하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데, 우리 군에 납품할 물량인 120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군사강국이 KF-21을 도입하면 시장 개척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최근 정식 명칭인 KF-21을 얻기 전까지 이 사업은 KF-X로 불렸는데, 인도네시아는 개발이 완료되면 시제기 1대를 넘겨받아 현지에서 IF-X(KF-X의 인도네시아 명칭) 48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4.5세대 전투기인 KF-21의 수출 타깃은 종교 등 이유로 서방으로부터 5세대 전투기를 구매하기 어려운 동남아와 중동이 될 것"이라며 "우리 무기는 아직 방산 강국과 달리 ‘바잉파워’(구매협상력·Buying power)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출 성공을 위해선 인도네시아 같은 거점국을 끼고 있어야 유리하다"고 말했다.
단골 방산고객이지만 "핵심기술은 안 준다"
더욱이 정부 입장에서 인도네시아는 '단골 방산고객'이다. 우리가 최초로 개발한 훈련기 KT-1과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신궁(휴대용 대공유도무기), 장보고급(1,200톤 급) 잠수함을 구매했다. KF-21 사업이 사업타당성이 부족해 좌초 위기에 놓였을 당시에도 손을 내민 국가다. 인도네시아는 2009년 우리나라와 전투기 공동개발 의향을 밝혔고 2014년 공동체계 개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다만 군 당국은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국이지만 방위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전투기의 눈'이라 불리는 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 등의 핵심 기술 이전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 장비는 주지만 핵심 기술까지 주는 건 아니다"라면서 "확정되진 않았지만 IF-X 핵심 장비에 이상이 생기면 미국이 그러했듯, 기술 보호 차원에서 우리 엔지니어들이 수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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