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비례대표)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편집자주
부당한 현실을 보도했는데, 그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것만큼 기자들을 허탈하게 하는 건 없습니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지난 1월 ‘중간착취의 지옥도’ 기획기사에서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 착취 실태를 보도했고, 2월부터는 중간착취 금지 입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을 담은 '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를 비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노동자를 원청 일터에 보내는 대가로 파견업체가 받는 수수료를 제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는 파견업체가 원하는 만큼 수수료를 떼 노동자들이 중간착취에 시달려 왔는데, 수수료를 제한하는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은 20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는 파견법 17조 ‘파견사업주 등의 준수사항’에 파견업체의 이윤을 제한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신설 조항은 ‘파견사업주는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요금 외의 금품을 본인의 이윤으로 받아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정한 요금을 사용사업주로부터 받을 수 있다’이다. 정부가 정한 상한선까지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1998년 파견법 시행 후 파견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임금 중간 착복 문제가 계속 제기됐으나 이를 규제하도록 법을 고치지 않았다. 반면 직업소개소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에는 직업소개소가 소개료로 월급의 최대 1%를 3개월 동안만 노동자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직업안정법’에서 규제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파견업체가 원청으로부터 받는 근로자 임금, 4대 보험료, 수수료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인 ‘파견 대가’를 항목별로 구분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원청과 파견업체가 근로자파견 계약을 맺을 때 세부항목 구별 없이 총액인 ‘근로자 파견의 대가’만 계약서에 넣도록 하고 있다(파견법 20조 ‘계약의 내용 등’).
그러나 이 개정안은 ‘파견의 대가’를 ‘근로자 파견의 대가에 관한 사항(파견근로자의 임금액 및 근로자파견의 대가 중 임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포함한다)’으로 바꿔 전체 파견 대가 금액 중 노동자 임금이 얼마인지를 명시하도록 했다. 파견업체는 노동자를 파견할 때 서면으로 이런 사항을 미리 알려줘야 한다.
이 의원은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중간착취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파견 노동이 확산되고 그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자 법 개정을 통해 파견수수료의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일한 타인의 대가를 떼어 갖는 것은 정의롭지 못할 뿐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을 갉아먹는 행위’인만큼 중간착취 근절을 위해 노동비례대표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 발의에는 민주당 안호영 임종성 위성곤 양이원영 유정주 이용선 황운하 노웅래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장혜영 이은주 의원도 참여했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지난 1월 ‘중간착취 지옥도’ 기획기사를 통해 용역·파견업체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중간착취 실태를 보도했다. 그 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15명에게 ‘중간착취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해왔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기사 전체를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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