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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시대정신은 '경제 회복'... 경제는 내가 제일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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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시대정신은 '경제 회복'... 경제는 내가 제일 낫다"

입력
2021.04.23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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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인터뷰]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다음 달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앞둔 정 전 총리는 "가슴이 뛴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다음 달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앞둔 정 전 총리는 "가슴이 뛴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가슴이 뛴다. 심장이 뛴다고 해야 하나."

21일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총리에서 물러난 지 닷새째인 날이었다. 정 전 총리는 스스로를 "백수"라고 부르며 웃었다. '백수'의 가슴이 뛰는 건 그가 거대한 도전을 앞두고 있어서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 한다. 다음 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기업인, 6선 국회의원, 산업자원부 장관,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거친 그의 어쩌면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다.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정 전 총리는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을 '회복'이라 규정했다. 특히 '경제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잘난 척하는 것 같지만, 여야 정치인을 통틀어 경제는 내가 제일 선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환기적 사건에서 대한민국을 가장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지도자는 '정세균'이라고 자신했다.

"나는 친문재인"이라고 정 전 총리는 고민 없이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모두 긍정하지는 않았다. 부동산 정책 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예로 들었다. "정책은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민심에 반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서 보여준 민심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이라고 진단하며,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 규제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서 보여준 민심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이라고 진단하며,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 규제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선거 민심, 그리고 부동산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졌다. 민심이 무엇을 말한 건가.

"한마디로 국민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이 마땅치 않으니 몽둥이를 드신 것이다."

정 전 총리는 '부동산 실책'을 민심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서 등 돌린 거의 유일한 이유로 꼽았다. "부동산 말고는 크게 잘못을 자백할 것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책에 책임을 느끼진 않나.

"공급은 평소처럼 이뤄졌지만, 유동성 과잉에 가수요와 투기수요 등으로 인해 수요가 폭증했다. 이전까지 정부 정책은 '수요를 억제하자'에 집중했는데, 제가 총리에 취임한 이후엔 공급을 더 강조했다. 부동산 공급은 결정한다고 바로 실행되는 게 아니다. '리드타임'이 굉장히 길다. 어떤 정권이든, 부동산 문제에 투입한 노력이 효과를 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금은 '조금 약발이 먹힐 때가 되지 않았나' 기대해 본다."

-가장 시급하게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주거 문제는 '투트랙'으로 풀어야 한다. 주거 빈곤층에게는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고, 중산층이 적정한 가격으로 주택을 보유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에 보다 초점을 맞춰 온 측면이 있다."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

"특히 금융 조치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금융 규제는 '갭 투자'와 같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투기 수요 억제 역할은 못하고, 실수요자에게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실수요자에게까지 불필요하게 규제가 적용됐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 금융 규제는 풀어야 한다."

-종부세 기준(공시가 9억 원) 상향이 추진되고 있는데.

"종부세는 '부유세' 성격이 있지만, 그간 아무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이젠 솔직해져야 한다. 종부세가 부자들에게 매기는 세금이라는 점을 인정해보자. 그렇다면 9억 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부유세를 내는 게 맞나? 국민적 수용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종부세를 완화하면 정책 일관성을 해치지 않나.

"전체적으로 큰 기조를 유지하되, 적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대선주자로서 부동산 정책 비전을 제시한다면.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샐러리맨이 15~20년 일하며 돈을 모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코로나 방역, 그리고 정권 재창출

-'K-방역' 성과도 있었지만, 최근 백신 수급 논란으로 '코로나 총리' 성과에 흠집이 난 것 아닌가.

"백신 도입 시기가 늦다는 지적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계약된 물량이 7,900만 명분이고, 정부가 계획했던 대로 접종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 '이게 안 된다, 저게 안 된다' 식으로 작은 것을 하나하나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은 백신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지만, '마지막 성적표'는 코로나19가 종식됐을 때 확진자와 사망자는 몇 명이었나, 국민 생활은 어땠나, 정부가 일상을 얼마나 통제했나 등에 근거해 작성하게 될 것이다."

-좋은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측면에서 선두에 들 것으로 확신한다. 백신 접종 문제를 포함해서 말이다. 경제 회복도 잘 해낼 것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극복 성과는 내년 대선의 변수가 될 텐데, 올해 안에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이라는 기본적인 여건이 갖춰질 것이다. 그래서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하겠구나' '정권재창출에 문제가 없겠구나' 확신한다."

-4ㆍ7 선거 민심을 보고도 확신하는 것인가.

"국민들이 국민의힘의 허물을 용인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다시 부상했다.

"국민 동의가 있어야 한다. 특별사면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국민 권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아직 대선주자로서의 국민적 지지가 크지 않은 데 대해 "결정적 순간,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는 틀림없이 지지율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아직 대선주자로서의 국민적 지지가 크지 않은 데 대해 "결정적 순간,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는 틀림없이 지지율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나는 정통성 갖춘 훈련된 일꾼"

-'정세균'이란 정치인은 왜 대권에 도전하나.

"코로나19는 전환기적 사건이다. 이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많은 위험 요인들을 감당하지 않으면 확실한 선진국 반열에 들 수 없고,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더 부자가 될 수도 없다. 이런 전환기적 상황에서 'K-회복'을 가능케 하는 국가 지도자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통성이 있고, 잘 훈련된 일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달 2일 민주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끝나고 국민들께 그런 계획을 소상히 보고드릴 것이다."

-'전환기적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총리 자리를 비우는 게 부담되진 않았나.

"부담도 됐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래서 미리 말씀을 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총리 자리를 갑자기 떠난 것은 아니다. 오래 계획한 일정대로 절차를 밟았다."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회복'이 제일 중요하다. 일상의 회복, 국격의 회복, 그 중에서도 경제 회복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질 좋은 성장'을 통해서 '분수 경제'의 과실을 같이 향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수 경제'는 서민층에 대한 정책 지원 효과가 경제 전체로 퍼지게 한다는 개념이다."

-경제 정책 역량은 자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자랑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웃음), 여야 통틀어 제일 낫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왜 대선주자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지 못하나.

"'선당후사'(당이 먼저, '나'는 나중)라는 말을 사실 내가 만들었다. 그간 '내 정치'를 하는 것에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이 내게는 '축적의 시간'이다. 결정적 순간,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는 틀림없이 지지율이 나올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스스로를 '친문 정치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

"당연하다. 나는 친문이다. 동시에 나는 '친DJ(친김대중)' '친노(친노무현)'이다. 나 같은 정치인, 흔하지 않다."

'친문'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를 '더 넓은 정치인'으로 규정했다. 정 전 총리는 16일 총리 이임식에서 "김대중 대통령님께 '애민의 정치'를 배웠고, 노무현 대통령님과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고,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로서 포용과 공정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강성 친문 지지층의 행태로 민주당이 시끄럽다.

"열정적인 당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당원도 있다. 그런 의견들이 모여서 당심을 결정한다. 그런 문제는 우리 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평가한다면.

"이재명 지사는 추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나. 이낙연 전 대표는 안정감이 있다는 평이 많다. 두 분 다 좋은 인재들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는 어떤가.

"검찰총장이 정치권으로 직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검찰총장은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요한 금도를 윤 전 총장이 깼다. 그의 대선 출마는 검찰이나 국가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의 선호도도 높지만, 비호감도도 높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지금, 어떤 마음인가.

"대학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오고 바로 취업을 했다 정치에 입문했다. 수십 년간 하루도 공백이 없었다. 지금 처음으로 백수가 됐다. 출근을 안 하니까 이상하다(웃음). 사실 가슴이 뛴다. 심장이 뛴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고심의 시기다. 심장이 요동친다는 건 긴장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은별 기자
최문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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