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방송 위주였던 서구 인터넷 방송 '트위치'
늘어난 '저스트 채팅' 덕분에 폭발적 성장
기존 방송계도 영입 나설 만큼 영향력도 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정착하며 정보기술(IT) 분야의 모든 산업과 문화 활동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는 스트리밍(streaming·실시간 인터넷 방송)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인 방송 전문 플랫폼 아프리카TV와 네이버·카카오 등의 포털이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고, 개인 방송인(스트리머) 들이 실시간으로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는 것에 친숙한 편이다. 이들이 자신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먹방'은 사실상 한국에서 그 유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해외에선 트위치나 유튜브 라이브·페이스북 라이브 등에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내보내는 것(게임 스트리밍)이 주류였다.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생긴 것은 최근이다. 2018년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인 트위치는 기존에 'IRL(In Real Life·실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간헐적으로 방송되던 '게임 외' 분야 방송을 '저스트 채팅(그냥 대화)'으로 이름을 바꾸고 확대 개편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0년부터 '저스트 채팅' 범주의 방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대화 주제, 게임→ 정치·금융으로
온라인 매체 쿼츠는 최근 트위치의 성장이 온라인 스트리밍 문화가 크게 변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스트림 해칫'의 게임 스트리밍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트위치 이용자들은 지난 1분기(2021년 1월~3월) 동안 누적 63억 3,700시간을 시청했다.
지난해 1분기(31억1,400만)의 2배 수준이다. 2019년만 해도 분기별 27억 시간 수준이던 누적 시청 시간이 2020년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경쟁 플랫폼인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라이브 서비스를 합치면 총 누적 시청 시간은 88억 시간에 이른다.
이렇게 폭발적 성장의 배경에는 바로 '저스트 채팅' 범주 방송들의 성장이 있다. 올해 1분기에 트위치에서 재생된 영상 가운데 12%가 '저스트 채팅'에 해당한다.
'저스트 채팅'은 지난해 3분기부터 여러 방송 범주 가운데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차지했으며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누적 시청 시간이 7억 5,400만 시간까지 뛰었다.
'저스트 채팅'은 물론 게임을 주로 하는 방송인들이 게임을 본격 시작하기 전 게임 관련 대화를 하는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방송인이 시청자들과 일상적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맛보고, 같은 영상을 보며 토론하고,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내는 것 등이 해당한다.
일종의 '독립 언론'으로 볼 수 있는 트위치 방송인들도 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트위치가 지난해 여름부터 사회 운동가들의 소통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진보 성향 운동가인 하산 파이커가 대표적 예다.
파이커는 2018년부터 트위치에서 방송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블랙 라이브즈 매터(BLM)' 운동과 미국 대선이 이어지는 동안 그의 채널이 빠르게 성장했다. 파이커는 지난해 10월, 민주당의 떠오르는 진보주의 정치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일한 오마르 하원의원과 함께 게임 '어몽 어스'를 플레이하는 이벤트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식 등 금융자산 투자 또한 인기 있는 주제다. 지난 1분기에는 게임스톱(GME)을 비롯해 각종 '밈 스톡(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주식)'이 화제가 되면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방송이 급격히 늘었다.
이는 트위치 이용자들이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 이용자와 겹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중에서 '밈 코인'으로 불리는 도지코인 관련 방송도 다수였다.
저스팅 채팅의 강점은 작지만 끈끈한 공동체
게임 생중계 위주의 공동체였던 서구 인터넷 방송에서 '저스트 채팅'류의 방송은 한 동안 그저그런 변방의 존재였다. 특히 이런 방송은 주로 게임 실력이 낮을 것으로 여겨지곤 하는 여성 방송인들이 많이 했기 때문에, 남성 위주의 게임 공동체에서는 비교적 '저급한' 방송으로 비웃음거리로 취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뒤집혔다. 코로나19로 '대면 소통'이 어려워지자, 트위치의 핵심 시청 층인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한 말, 1980년~2004년생)는 이제 흥미로운 내용보다는 방송인과 소통과 개인적 연결 고리를 원하고 있다.
트위치의 방송은 비교적 작지만 강력하고 끈끈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이를 충족시킨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익명화 한 기존 커뮤니티형 사이트의 경우 대부분 유대감을 얻기 쉽지 않을뿐만 아니라 때때로 소통 자체가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환경보호 운동가를 자처하는 트위치의 인기 스트리머 마야 히가는 이런 '연결고리'를 적극 활용하는 인물이다. 2019년에 방송을 시작한 그는 자신이 기르는 붉은꼬리매를 보여주는 영상이 '레딧'에서 화제가 되면서 '새 소녀'라는 이름으로 짧은 시간에 유명해진 인물이다.
히가는 2월 개인적 '동물 보호 구역'을 설립하기 위해 총액 50만 달러를 목표로 모금 활동을 벌였다.
히가 자신조차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이 모금은 결국 성공했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싱어송라이터 T-페인(T-Pain), 전직 프로게이머인 슈라우드(Shroud) 등 다른 스트리머의 자선 경매였다. 모금 시작 전 "이 모금을 끝내면 삭발하겠다"고 공언한 히가는 진짜로 방송에서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히가는 미국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내게 있어 트위치 방송 플랫폼의 가장 좋은 점은 공동체를 만들고 하나로 묶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시청자와 동료 스트리머 공동체의 너그러움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에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방송 수나 시청자가 늘어난 만큼 논란도 많다. 트위치와 같은 플랫폼은 '사회 상규' 등을 근거로 여러 규제를 두지만, 스스로 방송을 이끄는 방송인의 방송 내용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방송인 또한 플랫폼의 '고무줄 규제'에 늘 불만을 품는다. 트위치 방송은 일종의 '대안 언론'이라고 생각하는데, 신뢰도 논란에 있어서 기성 언론과 같은 잣대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때로는 기성 언론보다 더 가혹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스트리머 세계의 규모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트위치와 유튜브 라이브의 방송인 가운데 닌자(Ninja)나 닥터 디스리스펙트(Dr. Disrespect) 등은 이미 기존 방송계로 진출했다. 때로 영화 배우나 가수들이 직접 방송을 열고 팬과 소통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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