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하며 ‘친노(노무현) 표심 잡기’에 나섰다. 당의 전통 지지층이 많은 '호남 출신'에, 문재인 정부 '총리 출신' 등 닮은꼴인 두 사람이 본격 대선 행보에 앞서 '적통'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봉하행… 'DJ·친노·친문' 부각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스1](https://newsimg.hankookilbo.com/cms/articlerelease/2021/04/25/3bf23b9f-b9f9-4def-816e-af7fde903906.jpg)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스1
정 전 총리는 25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인 송기인 신부와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도 만났다. 정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지친 마음 함께 기댈 수 있는 어깨 내어 주는 공감의 정치, 분열을 연대로 만드는 통합 정치의 실현이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이라 믿는다. 노무현처럼 일하겠다"고 적었다. 이처럼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면서 친노, 친문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8일 총리직 사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경기도 일산 사저를 방문했다. 정 전 총리가 DJ의 영입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만큼 정치 입문 당시의 '초심'을 되새기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https://newsimg.hankookilbo.com/cms/articlerelease/2021/04/25/62059397-e072-4342-be59-ffbe2c3b1129.jpg)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8일 총리직 사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경기도 일산 사저를 방문했다. 정 전 총리가 DJ의 영입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만큼 정치 입문 당시의 '초심'을 되새기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총리 사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일산 사저를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95년 DJ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한 정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당 의장(대표)와 산업부 장관을 역임했다. 'DJ→노무현→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한 '적통'임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지난해 7월 20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newsimg.hankookilbo.com/cms/articlerelease/2021/04/25/425dac48-a024-49ad-84eb-1876394dc88a.jpg)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지난해 7월 20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의 행보와 정치 궤적도 비슷하다. 최근 비공개 전국 순회에 나선 그는 23일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 전 대표는 당시 페이스북에 "당신이 추구하셨던 균형 발전과 사람 사는 세상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라고 적어 노 전 대통령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기자 출신인 이 전 대표는 DJ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1~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첫 총리로 발탁된 후 '최장수 총리'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민생 챙기며 '대선 행보' 예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낙연 의원실 제공](https://newsimg.hankookilbo.com/cms/articlerelease/2021/04/25/b463f48a-1ba1-4d18-aa72-d623403d2412.jpg)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낙연 의원실 제공
최근 민생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정 전 총리는 26일 부산상공회의소 방문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영·호남, 충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한다.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띄우겠다는 복안이다. 이 전 대표도 지난 15일부터 비공개로 민생 현장을 찾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대전을 시작으로 광주·전남, 경북, 강원, 부산·경남을 부지런히 돌며 청년 농부, 장애인, 독거 노인 등을 만나 그들의 고민을 경청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newsimg.hankookilbo.com/cms/articlerelease/2021/04/25/5a0c4061-2eb4-4419-bb49-94010abf7bfb.jpg)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맞상대하기 위해선 지지율 반등이 절실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여권 관계자는 "정 전 총리의 행보가 탄력을 받으려면 '지지율 5%'의 벽을 넘어야 하고, 이 전 대표는 사면 제안과 재·보선 참패로 추락한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전당대회 이후 본격화할 대선 행보에서 두 사람의 '적통 경쟁' 결과가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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