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서 영화 제작자와 출연 배우로
한국 배우 최초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만큼 주목을 받은 건 윤여정(74)과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58)의 만남이었다.
피트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 발표자로 나서 윤여정과 만났다. 피트는 '미나리' 제작사 플랜B 설립자. '미나리'의 제작사 대표와 출연 배우의 만남이 시상식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날 만난 윤여정과 피트는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윤여정은 시상식 후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 한번 오라고 했다. 꼭 올 거라고, 약속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제작비가 부족해) 너무 힘들었다, 다음 영화에는 돈을 더 달라했더니 조금 더 주겠다고 하더라"며 "너무 존경한다고 하는데, 난 미국 사람들 말은 안 믿는다"며 웃기도 했다.
윤여정과 피트가 행사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외신 기자에도 포착됐다.
국적과 나이를 초월한 특별한 만남, 한데 관심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렀다.
미국의 한 방송매체 기자는 행사장 백스테이지에서 윤여정에 "피트와 얘기를 나누던데 무슨 얘기를 했고, 분위기는 어땠나(Smell like)?"란 질문을 했다. "스멜 라이크"란 표현이 스타를 직접 만났을 때 기분이 어땠냐는 현지 관용적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연기 경력이 50년을 넘은 한국의 노배우에게 할 질문으로 적절하진 않다는 반응이다. 윤여정을 신인 배우 취급한 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겨드랑이를 뜻하는 영어 '암피트(armpit)'와 피트의 발음이 같아 현지 기자가 '드립'을 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를 두고 미국인 A씨는 "자주 쓰는 표현도 아니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추측"이라고 말했다.
뜬금없는 질문에 윤여정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대신 "난 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우문현답인 셈이다. 더불어 "냄새를 맡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난처해진 상황, 윤여정은 피트의 젊었을 때 영화로 화제를 돌렸다.
윤여정은 "그가 젊었을 때 찍은 영화를 봤다. 그는 나에게 영화 스타"라며 "그가 내 이름을 부른 것이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 연예 매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화 '미나리'의 스타이자 오스카 수상자인 윤여정이 브래드 피트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는 글과 함께 '난 개가 아니다'라고 답한 윤여정의 멘트를 고스란히 올려놨다. 해당 게시물엔 이 매체를 비판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윤여정은 시상식에서 피트를 향해 "마침내 만나게 됐군요, 피트. 반갑다"면서도 "저희가 영화 찍을 땐 어디 계셨죠?"라고 농담해 시상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생중계 카메라엔 윤여정의 유머에 활짝 웃는 피트의 모습이 잡혔다. 무대를 내려올 때는 피트는 윤여정의 손을 잡아주며 안내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