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에 시청자 수 작년보다 58% 급감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한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제93회 미국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이 정작 미국에선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화 산업 자체가 침체된 탓에 시상식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에 따르면 전날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TV 생중계 시청자 수는 985만명으로 집계됐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ㆍ감독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던 지난해 시청자 수(2,360만명)보다 무려 58% 급감했다.
AP통신은 “코로나19로 영화관 대부분이 문을 닫은 지 1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보는 영화에 흥분하지 않았고 낯설어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주요 후보작들이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를 통해 공개된 작품들이라서 과거 극장 흥행작들처럼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TV 분석가 마크 버먼은 “시상식을 끝까지 지켜보는 게 고통스러웠다”고 꼬집었다.
아카데미는 세계적 화제작이 상을 받은 해에 시청률도 높았다. 1998년 영화 ‘타이타닉’이 작품상을 받았을 당시 시청자 수는 무려 5,500만명이었다. 2000년대에도 시청자 수 3,500만~4,500만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불과 6년 전인 2015년만 해도 3,730만명에 달했다. 아카데미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슈퍼볼) 다음으로 인기 있는 이벤트로 꼽혔다.
하지만 이후로는 매해 내리막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악재를 맞았다. 통신은 “시상식만의 화려함이나 열띤 분위기가 감염병 탓에 가라앉았고, TV 제작자들은 눈앞에 실재하지 않는 온라인 관객을 대상으로 쇼를 만들어야 했다”고 고충을 소개했다. 다른 시상식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올해 2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690만명, 그래미상은 920만명으로 둘 다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중이 모이는 공연이나 행사 등이 어려워지면서 엔터테인먼트 관객층도 분열돼 있다는 것이다. 여덟 번 후보에 올랐으나 또 다시 수상에 실패한 배우 글렌 클로즈의 불운한 에피소드처럼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면들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흥밋거리로 소비되고 있다. ‘어워드 데일리’ 편집자 사샤 스톤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일반 대중이 아닌 평론가와 기자들이 좋아하는 영화들로 채워졌다”며 “극히 일부 연극 관객들에게만 관심 있는 토니상처럼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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