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전 거래일 대비 0.4~0.7% 하락
인도 코로나 급증→원유 수요 감소 우려 탓
IMF "올해 12.5% 성장" 전망도 의구심 커져
인도 감염병 확산 여파가 글로벌 원유시장으로까지 번졌다. 14억 인구 대국이자 세계 3위 원유 소비국인 인도가 ‘코로나 생지옥’으로 변하면서 에너지 수요 급감 우려에 불을 댕겼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4% 하락한 배럴당 61.91달러에 마감했다. 런던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도 브렌트유 가격이 0.7% 떨어진 배럴당 65.65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 때 2%까지 빠지기도 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악재 속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인도에서 사흘 새 100만명 넘게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의료체계마저 무너지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인도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데,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길어져 각종 산업 활동이 둔화할 경우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에 반영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연료인 휘발유와 디젤의 이달 소비가 전달 대비 20%나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유정제 수요가 쪼그라들면 구매 자체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인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루 30만배럴 가량의 원유 수요가 줄 수 있다는 추정까지 나와 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떨어지면 주요 산유국들도 증산 계획을 미뤄야 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산유국 협의체 OPEC+는 28일 회의를 여는데, 이 자리에서 수급 불안정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달 초 열린 회의에선 3개월간 감산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었다. 워런 패터슨 ING그룹 원자재 전략헤드는 “인도의 일부 정유업체들은 이미 가동률을 낮추며 줄어든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인도 경제도 뒤흔들 전망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올해 역대급 성장을 할 것이란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초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12.5%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ㆍ경제 중심지 델리와 뭄바이 등에 봉쇄령이 내려지고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경제 회복세에 대한 의구심은 비관으로 바뀌었다. 아비셰크 굽타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지표상 소매활동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소비가 차지하는 점에 비춰 볼 때 위험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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