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라면 강국
편집자주
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일주일에 한 번은 한국 라면을 먹어요. 면발이 누글누글하지 않고 쫄깃쫄깃해요. 같은 매운 맛이라도 한국 라면은 달라요.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을 좋아해요."
(회사원 디타·32)
"삼양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어요. 한국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 너무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매운 맛 종류가 많고 양이 많아서 좋아요."
(통역사 라니·25)
"농심, 팔도 등 한국 라면은 맛이 진해요. 면발도 굵죠. 가격은 비싸지만 가끔 저 자신을 기쁘게 해주려고 먹어요. 고급 라면이니까요."
(예술가 셀라·25)
한국일보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한국 라면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한류 영향에 국산 라면보다 맛있고 용량이 큰 고급 라면'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인도네시아 라면은 개당 용량이 60~100g으로 한국 라면(보통 120g)보다 적다. 매운 맛을 즐기는 인도네시아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한국 라면은 현지 라면보다 7배 넘게 비싼데도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 라면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토코페디아 판매 기준 인도미 미고랭(볶음면)은 10개 들이에 2만8,000루피아(약 2,200원)인 반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개당 2만500루피아(약 1,600원)다. 인도네시아 대표 편의점 인도마렛의 지난해 즉석 라면 23개 업체 점유율 집계에 따르면 삼양 불닭볶음면은 7.6%로, 현지 라면 인도미, 미스다압에 이어 3위였다. 4위 일본 닛신은 2.8%에 불과했다.
라면 강국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라면은 수입 라면의 으뜸이다. 2016년 인도네시아가 수입한 라면 1,355만 달러어치 중 1,011만 달러어치가 한국 라면이었다. 중국(269만), 태국(33만), 싱가포르(22만), 일본(11만1,000달러) 순이다. 한국이 인도네시아 수입 라면시장의 74.6%를 점유하며, 라면 종주국 일본의 100배를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라면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2017년 6월 '할랄(이슬람 율법이 허용한)이 아니다'라는 표시가 없는데도 돼지 성분이 발견돼 수입 허가가 취소되는 '한국 라면 파동'을 겪었다. 곧바로 할랄 인증을 받은 삼양 불닭볶음면은 이듬해에 매출이 전년 대비 42% 급증했다. 인도네시아의 한국 라면 사랑은 지금도 팔팔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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