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호투했지만 오타니에 기습 번트 이후 흔들려
양현종(33ㆍ텍사스 레인저스)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렀다.
양현종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1 MLB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를 상대로 한 홈경기에서 빅리그 데뷔 경기를 치렀다.
4-7로 뒤진 3회초 2사 2·3루에서 긴급 투입된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팀 타율 2위(26일기준 0.265)인 에인절스를 상대로 4.1이닝 동안 2실점(5피안타) 하며 잘 막았다. 삼진은 한 개 잡았고 볼넷은 내주지 않았다. 66개의 공을 던지면서 스트라이크는 44개였고, 빠른공 최고 구속은 시속 90.8마일(약 146㎞)을 찍었다. 평균자책점은 4.15.
양현종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빅리그 콜업에 대해 “구단 직원이 오후 2시쯤 야구장(글로브라이프필드)으로 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등판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많이 봤기에 크게 긴장하진 않았다. 오랜만에 팬들 앞이어서 그런지 재미있게 던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분 좋은 상상(개막 로스터)을 많이 했는데 현실이 되지 않아 그동안 힘들었다”면서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첫 등판 치고 잘, 그리고 재미있게 던지고 내려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의 축하 메시지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콜업 축하한다, 잘 던졌다’는 메시지가 왔다. 형의 부상이 잘 나았으면 좋겠고 나 역시 꿈의 무대에서 더 많이 던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갑자기 콜업 된 양현종은 이날 선발 조던 라일스가 2.2이닝 만에 7실점(10피안타) 조기 강판하면서 부랴부랴 마운드에 올랐다.
초반 분위기는 완벽했다. 7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에인절스의 투수 겸 타자 오타니 쇼헤이에게 기습적인 번트 안타를 내준 뒤 다소 흔들려 아쉬움을 남겼다. 텍사스는 4-9로 패했지만, 양현종이 경기 중반 잘 버텨준 덕분에 불펜진 출혈을 최소화했다.
메이저리그 첫 상대는 에인절스 4번 타자 앤서니 렌던이었다. 2사 2·3루의 위기에서 공 5개 만에 2루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4회초는 삼자범퇴로 깔끔한 투구를 이어갔다. 제러드 월시는 투수 직선타로 직접 처리했고, 앞선 타석에서 연속 타자 홈런을 때린 저스틴 업튼과 알버트 푸홀스도 유격수 땅볼과 중견수 뜬공으로 간단히 처리했다. 5회초도 삼자범퇴였다. 등판 후 5회까지 7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했는데 특히 5회에는 단 7개의 공만 던졌다.
6회가 아쉬웠다. 이날 선발투수 겸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에게 초구 기습 번트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현역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2루에서 렌던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월시에게 중월 적시 2루타를 허용, 빅리그 첫 실점을 허용했다. 이후 삼진과 범타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7회에는 선두 타자 이글레시아스에게 첫 홈런을 허용했다. 시속 79.7마일(약 128㎞) 슬라이더가 통타 당했다. 이후 스즈키에도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범타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4-9로 밀린 8회초 교체됐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에인절스 타선이) 우타자 위주였던데다 중심타선부터 상대해야 했다. 양현종을 데뷔시키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면서도 “효과적인 투구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고 호평했다.
한편, 오타니는 투수로 5이닝 4실점(3피안타 2볼넷)하며 시즌 첫승을 거뒀다. 삼진 9개를 잡았고, 홈런은 하나 내줬다. 2018년 5월 21일 탬파베이전 이후 1,072일 만이다. 오타니는 타석에서도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3득점 1삼진으로 맹활약했다. 오타니는 홈런 7개로 이 부문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오타니가 지난 1921년 이후 처음으로 홈런 1위 타자가 선발 투수로 등판한 선수"라고 전했다. 오타니 이전 해당 기록을 쓴 선수는 베이브 루스였다. 당시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홈런(19개) 선두였던 루스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전에 선발 등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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