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환치기 등으로 아파트 불법 취득한 외국인 적발
세금 피하고 김치 프리미엄까지 누려
#중국인 A씨는 2018년 1, 2월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환치기' 조직을 통해 부동산 자금을 들여왔다. A씨가 268만 위안을 조직원 통장에 입금하면, 조직은 중국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산 뒤 이를 한국에 있는 조직원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했다. 이 가상화폐는 국내 거래소에서 팔려 A씨 통장으로 약 4억5,000만 원이 입금됐다.당시는 외국보다 비싼 국내 거래소 시세,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최고조에 달했을 시기다. 중국과 한국 양국에 증여세를 내지 않은 A씨는 대출금을 더해 11억 원짜리 국내 아파트를 샀다.
#중국인 B씨는 한국에서 물류 업체를 운영하며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 마스크와 방호복 11만 점을 중국에 수출했다. 당시 그가 수출한 물량은 20억 원 상당이었지만 그가 세관에 신고한 액수는 고작 3억 원. B씨는 이렇게 소득세를 탈루해 배우자 명의로 시가 7억5,000만 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취득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이같이 서울 시내 아파트를 불법 취득한 외국인 61명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최근 3년간 서울 지역에서 시가 5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산 외국인 중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500명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다.
가상화폐 환치기로 1조4,000억 불법 이전
적발된 61명 중 17명은 불법적으로 주택구매 자금을 조달해 176억 원 상당의 아파트 16채를 샀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환치기 조직 10개가 포착됐는데, 이들은 추적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금도 간편한 가상화폐를 자금 반입통로로 활용했다. 여기에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시세가 외국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까지 있어 환전 과정에서 큰 차익을 누렸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국가 간 경계가 없고 과세당국의 눈에도 띄지 않아 환치기에 유용한 수단"이라며 "신종 환치기 수법으로 불법 이전된 자금 규모가 1조4,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비거주 외국인 44명은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아파트 소재지, 취득금액, 취득 사유 등을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구매한 아파트는 39채, 취득가액은 총 664억 원에 달한다.
아파트 매입은 주로 강남권에서 이뤄졌다. 강남구(13건)가 가장 많았으며 서초구와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22건이 집중됐다. 적발된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이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19명), 호주(2명)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불법으로 해외 자금을 반입하는 통로를 원천 차단하고, 불법으로 조성된 자금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단속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에 포착된 환치기 조직 10개를 추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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