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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요"... 노래 약속 못 지킨 인니 잠수함 승조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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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요"... 노래 약속 못 지킨 인니 잠수함 승조원들

입력
2021.04.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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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사령관 환송 기념 노래 공개?
승조원들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들려?
21일 훈련 도중 사고로 53명 사망

인도네시아 잠수함 낭갈라402함 승조원들이 퇴임 사령관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SNS 캡처

인도네시아 잠수함 낭갈라402함 승조원들이 퇴임 사령관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SNS 캡처

"온 것은 가죠. 지나간 것은 사라지죠. 있는 건 없는 거죠. 만남은 헤어짐이죠/시작은 끝이죠. 뜬 것은 지죠. 밀물은 썰물이 되죠. 만남은 헤어짐이죠/그대여, 다음에 만나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당신을 보낼게요. 비록 그리워할 준비가 안 됐지만,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당신의 행운을 빌어요. 두~"

승조원 11명은 웃고 있다. 기타 반주에 맞춰 한 목소리로 대구(對句)가 살아있는 가사를 읊조린다. 가락에 젖어 절로 몸이 들썩인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합창임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가사는 기막히게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듯하다.

2019년 촬영한 인도네시아 잠수함 '낭갈라402'함과 승조원들. 수라바야=AFP 연합뉴스

2019년 촬영한 인도네시아 잠수함 '낭갈라402'함과 승조원들. 수라바야=AFP 연합뉴스

훈련 도중 침몰해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인도네시아 잠수함 승조원들이 남긴 노래 동영상이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됐다. 이들 11명은 3월 초 퇴임한 잠수함 함대 사령관을 위해 사고 몇 주 전 잠수함 안에서 인도네시아 가요 '삼파이 줌파(sampai jumpa)'를 합창했다.

삼파이 줌파는 '다시 만나요'를 뜻하는 인사말로 만남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영영 작별하거나 언제 만날 지 알 수 없을 때는 '슬라맛 팅갈(selamat tinggal)'이라고 한다. 작별을 읊은 노래지만 재회의 염원을 담은 셈이다. 퇴임 사령관을 위한 노래는 이제 세상에 남은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가 됐다.

인도네시아 잠수함 '낭갈라402'함의 침몰 지역.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인도네시아 잠수함 '낭갈라402'함의 침몰 지역.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인도네시아 해군의 독일산 209급 디젤 잠수함 '낭갈라(Nanggala)402'함은 21일 오전 3시(현지시간) 발리 북쪽 96㎞ 해역에서 어뢰 발사 훈련을 위한 잠항 승인을 받은 뒤 사라졌다. 25일 수심 850m 지점에서 세 동강이 난 잠수함 잔해가 발견됐다. 인도네시아 군은 정원(34명)을 초과한 탑승자 53명이 다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영상 속 11명이 모두 숨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심 850m 지점에서 세 동강이 난 채 발견된 '낭갈라402'함. 발리=AFP 연합뉴스

수심 850m 지점에서 세 동강이 난 채 발견된 '낭갈라402'함. 발리=AFP 연합뉴스

사고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초기 인도네시아 군은 "침수에 의한 정전, 그에 따른 동력 계통 상실"이라고 밝혔다. 낭갈라402함은 41년 전인 1980년 독일에서 건조돼 이듬해 인도네시아에 인도됐고, 무기 전체를 해체해 완전 복구하고 개량하는 창정비는 2012년 받았다. 잠수함의 내구 연한이 보통 25년, 창정비 기한이 6년인 걸 감안하면 노후한 잠수함이 무리하게 훈련에 나선 것이다. 현지 군 소식통은 한국일보에 "해당 잠수함은 2018년 이후엔 잠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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