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급등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반발이 거셌지만 의견수용률은 5%에 그쳤다. 전국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난달 16일 국토교통부가 밝힌 19.08%에서 0.03%포인트 줄어든 19.05%로 확정돼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됐다.
국토부는 지난해보다 19.05% 상승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29일 결정·공시한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상승률은 2007년(22.7%) 이후 14년 만의 최고치다. 서울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19.89% 올랐고, 세종은 70.25% 치솟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비율)은 70.2%다.
역대급 공시가격 인상에 열람 기간(3월 16일~4월 5일) 중 4만9,601건의 조정 요구가 접수됐다. 지난해 3만7,410건보다 약 1만2,000건이 증가했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07년의 5만6,355건보다는 적었다. 한국부동산원과 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들이 제출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2,485건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의견수용률은 불과 5%다. 그나마 지난해(2.4%)보다는 높아졌다. 지역별로도 격차가 커 세종은 수용률이 11.5%(470건), 서울은 3.8%( 865건), 경기는 4.2%(638건), 제주는 0%다.
의견 제출 가운데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4만8,591건으로 98%에 달했다. 상향 조정 요구는 1,010건(2%)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강력하게 반발한 서울은 의견 제출이 지난해 2만6,029건에서 2만2,502건으로 감소했고, 제주 또한 작년 115건에서 46건으로 줄었다. 반면 세종은 275건에서 4,095건으로 크게 늘었다.
의견수용률이 5%에 그치면서 공시가격 6억 원 이상 1주택자는 세 부담이 커졌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비롯해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된다. 특히 올해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인 1가구 1주택 기준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이 대폭 늘었다.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1주택자는 재산세 특례세율(0.05%포인트)을 적용받지만 6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는 특례 대상이 아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6억 원 이하 공동주택은 전체의 92.1%인 1,308만9,000가구, 서울은 70.6%인 182만5,000가구다.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 기준 3.7%인 52만4,000가구, 서울은 16%인 41만3,000가구다.
종부세는 지난해 7·10 규제대책에 따라 기존 0.6~3.2%에서 올해부터 1.2~6.0%로 늘어난다. 여당이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종부세 완화 방안을 거론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없다. 국토부 모의분석에 따르면 공시가격 9억 원인 1주택자는 보유세가 지난해 182만9,000원에서 올해 237만5,000원으로 53만6,000원 오르고, 12억 원짜리 주택 보유자는 302만3,000원에서 432만5,000원으로 130만2,000원 인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 부담에 따른 다주택자의 매물 출현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미 증여나 매매로 매물을 정리한 다주택자가 많아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규제 완화 기대감에 매각보다 버티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와 해당 공동주택 소재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29일부터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를 함께 공개해 공시대상 주택의 특성정보, 가격산정 참고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내달 28일까지 한 달간 이의신청을 접수하고 이의신청에 대한 재조사를 거쳐 오는 6월 25일 조정·공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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