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일가가 총 26조 원대에 달하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가운데 60% 가량을 상속세와 기부 등 형태로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조 원은 국내 의료사업을 위해 기부될 예정으로, 13년 전 고인의 사재출연 약속도 지켜지게 됐다. 생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이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유산 26조원…상속세는 "12조원 이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일가는 이 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 납부 시한을 이틀 앞둔 28일 이런 내용의 사회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장남인 이 부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다.
이날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의 총 유산 규모는 26조1,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이 18조9,633억 원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부동산과 미술품 등이다.
이에 대한 상속세는 12조 원 이상으로 확정됐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 회장의 유산에 최고세율 50%와 최대 주주 할증(20%)이 더해지면서 약 60% 세율이 매겨진 데 따른 것이다. 유족들이 낼 상속세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로, 지난해 정부 상속세 수입(3조9,000억 원)의 3배에 달한다.
상속세 6번 나눠 낸다…상속 비율은 추후 결정
유족들은 우선 1차로 상속세의 '6분의 1'을 낸 뒤, 나머지는 5년에 걸쳐 매년 나눠내는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우선 1차분인 2조 원은 유족들의 기존 은행 예금과 금융권 대출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후 유족 간 상속비율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개인별 상속세도 결정될 전망이다.
당초 시장에선 유족이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이 회장이 남긴 삼성 주식을 온전히 물려받지 않고 계열사인 삼성물산에 증여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유족들은 납부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지분을 직접 물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이 회장 지분의 유족별 분배 계획은 "아직 협의가 덜 됐다"며 이날 공개하지 않았다. 추후 유족 간 협의가 끝나면 공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란 게 삼성의 설명이다. 이 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4.1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6%), 삼성SDS(0.01%) 등으로 평가액만 19조 원에 육박한다.
감염병 대응에 1조, 이건희 컬렉션도 기부
삼성 일가는 상속세 이외에도 감염병 대응 등 의료 분야에 1조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중 7,000억 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한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 삼성은 이를 통해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세울 계획이다. 나머지 3,000억 원은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투입된다.
또 '이건희 컬렉션'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개인소장 미술품 2만3,000여 점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할 계획이다. 국민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을 비롯해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모두 기증한다. 이들 미술품은 감정가만 2조~3조 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은 "상속세와 개인 기부 등을 모두 포함하면 유족들이 물려 받은 유산의 60%에 해당하는 16조 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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