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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느니 못한 '공시가격 기초자료'...불난 데 기름 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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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느니 못한 '공시가격 기초자료'...불난 데 기름 붓나

입력
2021.04.28 21: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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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이면 유사한 자료...논란 해소 요원
개별 작성 어려워 시스템으로 처리
국토부 "의견 수렴해 기초자료 보완 예정"

28일 오후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세종 나성동 아파트 단지 옆 신호등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져 있다. 세종=연합뉴스

28일 오후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세종 나성동 아파트 단지 옆 신호등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져 있다. 세종=연합뉴스

지난해 세종 주민에게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가 시범 공개됐다. 공시가격 산정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주택 특성자료와 가격 참고자료 등을 처음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알고 싶었던 수치화된 공시가격 근거는 없었다. 산정의견란에는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음'이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다.

올해는 전국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가 공개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시가격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결과는 이와 정반대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세종에서처럼 구체적인 가격 산정 근거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맹이 없는 공시가격 기초자료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공동주택 가격을 결정·공시하면서 산정 기초자료를 함께 공개한다. 주택특성 및 가격참고자료, 산정의견 등이다. 기초자료는 29일부터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및 기초지방자치단체 민원실에서 확정된 공시가격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국토부가 하루 앞서 공개한 기초자료 예시에 구체적인 산정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산정의견란에는 '가격형성요인과 유사 공동주택의 거래가격, 가격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시세 대비 공시가격) 계획에 따라 시세변동률과 현실화제고분을 반영해 결정했다' 등 두루뭉술한 서술만 나열돼 있다.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 예시. 국토교통부 제공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 예시. 국토교통부 제공

구체적인 공시가격 산정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주택특성자료는 교육시설 등 주변환경과 단지·세대 특성이 기재됐고, 가격참고자료는 최근 실거래가와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의 시세 정보가 적혀 있다. 해당 주택 거주자에게는 상식 수준이고, 누구라도 검색 몇 번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들이다. 이런 근거가 어떤 방식으로 공시가격에 반영됐는지가 중요하지만 정작 이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기계적 추출'의 한계

기초자료만으로는 '동일 층 동일 면적'인데 공시가격이 다른 이유를 알 수 없는 건 예견된 일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 '가재마을8단지' 전용면적 84.94㎡의 경우 주택특성자료와 가격참고자료가 모두 같으면서 층까지 동일한데 공시가격은 최대 500만 원 차이가 났다. 올해도 마찬가지라 기초자료만으로는 논란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가구별 기초자료를 단기간에 제작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초자료는 조사결과를 시스템에 입력해 기계적으로 추출한 것"이라며 "전국 1,400만여 가구의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개별 작성하는 것은 매년 공시가격을 발표하는 현재 일정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5년 공시가격 의견제출 건수 및 수용률. 그래픽=강준구 기자

최근 5년 공시가격 의견제출 건수 및 수용률. 그래픽=강준구 기자

다만 국토부는 기초자료가 전부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동일 단지·층·면적이라도 공시가격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개별적인 근거를 기초자료에 담을 수는 없기에 같은 단지라면 공개되는 내용은 비슷할 것"이라며 "기초자료를 토대로 하되 다른 요인까지 고려해서 공시가격을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세 또한 부동산테크뿐만 아니라 KB부동산과 부동산114 등 다른 자료도 참고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근거 자료가 더 많이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감정평가하듯 모든 아파트의 공시가격 근거를 일일이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단지 중심으로 기준 실거래가와 현실화율 산정 자료를 현행보다 폭넓게 밝히면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도 기초자료 보강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초자료에 포함될 내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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