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경기 안양시 '동편마을 카페거리 & 뷰티거리'
2012년 재개발 후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탈바꿈
경기 안양시 동안구 동편마을은 '변두리 마을'이다. 차로 지나다 보면 평범한 신도시의 택지지구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들어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빠르게 변신하면서 관광지로 자리 잡은 마을이다. 주말이면 외지에서 온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주중에는 인근 주민들의 쉼터이자 도심 속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낭만 넘치는 곳으로 변신했다. 소문은 현재 입에서 입으로 번지는 중이다.
여느 신도시처럼 한적하던 곳. 골목 곳곳에 '갬성' 넘치는 카페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평범하던 골목은 이제 '카페거리'로 불린다. 25일 이곳에서 만난 김모(51)씨는 “3년 전만 해도 안 이랬다"며 "이젠 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 생긴 변화라는 이야기다.
안양의 동쪽, 동편마을 ‘카페거리’
안양시 관양1동 변두리 조용한 시골마을이던 동편마을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2012년 ‘관양택지지구’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되고 아파트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20~30% 저렴했던 때다.
1기 신도시인 평촌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도시가 팽창하면서 아파트 중심의 재개발이 이뤄졌지만 동편마을은 늦어진 재개발 탓에 오히려 득을 본 경우다. 녹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고,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도시 개발이 추진돼 잔디광장, 산책로 등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편마을의 시작은 아파트였다. 여느 신도시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거리 하나 덕분에 더 머물고 싶고, 살고 싶은 마을이 됐다.
카페거리는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8번 출구에서 안양종합운동장 방향으로 500m가량 떨어져 있다. 동편마을 사거리에 ‘동편마을 카페거리’라 쓰인 대형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조형물에서 200m 정도 벚꽃 길을 따라 더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노송 10여 그루와 ‘간촌·동편·부림말 옛터’라 쓰인 표지석이 보인다. 카페거리의 시작점이다.
녹지공간이 많아지면서 산책을 나온 주민이 늘었고, 그들의 취향을 맞추려는 음식점과 카페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안양의 변두리 마을’이 ‘안양의 예쁜 마을’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카페가 들어선 것은 아니다. 4~5층 건물 중 1층이 상가이다보니 카페는 물론 식당과 술집 등 다양한 업종의 상가가 생겨났다. 하지만 아파트 주변인데다, 건물 2~5층이 주거지다보니 시끄러운 술집과 냄새나는 식당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향기로운 커피와 브런치 메뉴를 파는 카페들이 메우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10여 곳이 성행 중이며, 맞은편 관양119안전센터 뒤편 상가 블록의 10여 곳 등 모두 30여 곳이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산책 나온 사람들이 테이블을 점령한다. 잔디광장도 주말이면 테이블이 설치되는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보통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다.
주고객은 20~30대. 카페 대부분 개성 강하고 형형색색의 젊은 감성을 뿜는다. 두 사람이 스칠 정도의 테라스에 단둘이 마주 앉아 속삭일 수 있는 2인 전용 테이블부터 둘이 한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연인테이블’ 등 그들의 감성트렌드를 좇고 있다.
혹여 조금 더 꽃길을 걷고 싶다면 카페거리 초입에 설치된 표지석을 우측 산책로를 따라 동편마을 4단지 입구까지 오른 후 4단지를 관통해 다시 카페거리로 다시 내려오면 된다. 30~40분 정도 걸린다.
카페거리를 처음 찾았다는 김하나(22)씨는 “카페거리라고 해 왔는데 생각보다 예쁘고, 도심 산책로에 꽃이 가득해 놀랐다"며 “꽃 옆에 앉아 커피까지 마시니 유럽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동편마을 카페거리는 드라마 ‘도깨비’로도 유명하다. 여주인공이 정류장에 서 있던 남자 주인공에게 목도리를 둘러 주고, 수능을 보러가는 여자 주인공을 배웅해 주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3년 전 문을 연 한 카페의 주인은 “한적한 곳을 찾고 있었는데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미련 없이 계약했다”며 “입점 카페 간 '개성 경쟁'을 펼쳐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편마을 ‘뷰티거리’
‘카페거리’에서 신호등을 건너 관양119안전센터 뒤쪽 블록으로 이동하면 또 다른 색깔의 거리가 나온다. 4~5층 건물 1층에 상가들이 입점해 있어 전체적인 풍광은 ‘카페거리’와 비슷했지만 녹지공간이 없고 카페보다는 일반 상점들이 많다.
분주한 카페거리와 달리 조용한 분위기의 거리였지만 독특한 점이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미용 업종의 점포가 많다는 점이다. ‘한 집 건너 하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정말 많다’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헤어숍들이 즐비하다.
실제 관양119안전센터에서 동편로 300m 한 라인에만 4개의 헤어숍이 3~5개 점포 사이를 두고 입점해 있다. 블록 안쪽에도 곳곳에 헤어숍이 눈에 띈다. 카페거리의 두 배 정도로 100여 개의 점포 중 헤어숍은 20여 곳에 이른다. 간간이 네일아트숍도 그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동편마을 주민들과 상인들은 이곳을 ‘뷰티거리’라고 부른다. 뷰티거리에 있는 헤어숍은 달라도 뭔가가 많이 달랐다. 언뜻 보기에 커피숍으로 착각할 만큼 간판이나 내부 실내 디자인이 독특하다. 벚꽃 나무와 하얀색 바탕의 화려한 간판조명을 한 A숍, 출입구는 80년대 분위기지만 실내는 젊은 감각이 담긴 B숍, 한쪽은 기와로 디자인한 C숍 등 자기만의 개성이 그대로 담겼다.
B숍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대체로 젊은층이고, 마을이 예쁘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며 “다른 젊은 주인들도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왔는데 , 자연스레 경쟁이 일면서 거리가 더욱 개성 있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뷰티거리’ 속 커피숍은 ‘카페거리’처럼 녹지 공간 속 자연 속 느낌의 정취를 만끽하기 어려워도 소소하게 꾸며진 형형색색의 작은 카페들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닥다닥 붙은 4~5층 건물에 차량들의 주정차까지 일반 주택가와 다를 바 없지만 거리 중간중간 숨어 있는 커피숍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편마을 ‘청동기 유적지’ 숲 길
동편마을은 조선시대 임무를 다한 내시들에게 한양에서 멀지 않은 풍수지리명당인 인덕원 인근의 동편마을에 평안한 노후를 보내도록 집단을 이루어 살던 곳이기도 하다. 풍수지리학 상 동편마을은 관악산 정남쪽에 위치해 명당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을 청동기 시대 사람들도 알았을까. 청동기 유적지가 근처에 있다. ‘뷰티거리’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울창한 나무 숲길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그 유적지를 만난다.
5분 정도 걷다 보면 이 유적지는 통유리 구조물로 돼 있으며, 유물도 당시 집터와 생활상 정도만 표현돼 있다. ‘터가 있었다’는 정도만 알리고자 했다는 게 안양시의 설명이다. 출토된 유물이나 유적은 안양역사관에 전시돼 있다.
이 유적지는 동편마을 재개발에 편입돼 수도권광역상수도 수도관 매설을 하던 중 발견됐다. 이후 개발 여부에 대한 찬반 논의가 이어졌지만 청동기 시대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시는 멍석 등을 깔아 이용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뷰티거리 상인 및 4단지 입주민 일부는 버스 대신 이 숲길을 이용해 인덕원역까지 걸어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른 걸음으로 15~20분 정도면 통과하는, 운치 만점의 숲길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2015년부터 동편마을 축제가 열리는 등 지역상권이 활성화됐는데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 취소된 상태”라며 “그러나 카페거리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층이 많이 찾아 안양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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