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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보다 음반? 음악방송 점수 집계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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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보다 음반? 음악방송 점수 집계의 아이러니

입력
2021.04.30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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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음원 소비량 30% 줄어
코로나19 발병 전인 2019년 상반기 대비
유튜브, '음원 플랫폼 3강 체제'도 깨
"동영상 소비량 반영해야"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최의성(가명·46)씨는 코로나19로 올해 벚꽃 구경을 포기했다. 최씨는 "집에서 멀지 않아 벚꽃 피면 윤중로로 딸 데리고 갔는데 올핸 코로나19로 제한적 관람만 가능하다고 해 못 갔다"고 말했다. 올해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서로 봄꽃길엔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한 시간 30분 간격으로 최대 99명만 산책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2017)에서 장범준이 공원에서 노래하고 있다. 진진 제공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2017)에서 장범준이 공원에서 노래하고 있다. 진진 제공


코로나에 기 못 편 '벚꽃 좀비'

코로나19로 또 한 번의 봄을 놓친 탓일까. 해마다 벚꽃이 필 때쯤 많은 사람이 즐겨 찾은 '벚꽃 엔딩'도 올해는 조용한 듯싶다. 4월이 되면 인기곡 차트 톱 100에 어김없이 등장해 '벚꽃 좀비'라 불렸던 노래는 올해 4월 2~3째주(11~24일·가온차트 기준) 톱 100에서 사라졌다. 2012년 나온 '벚꽃 엔딩'이 지난해까지 8년 동안 4월 같은 기간 톱 100에 들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벚꽃 엔딩'도 힘을 못 쓴 올 상반기 음원 시장은 보릿고개다. 29일 본보가 멜론, 지니뮤직 등 주요 9개 음원 플랫폼의 음원 소비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에 의뢰해 1~3월 음원 소비량(톱 400 기준)을 조사한 결과, 2019년 상반기 대비 30%가 뚝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5%가 줄었다. 사람들이 음원 플랫폼에서 노래를 예전만큼 안 듣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출·퇴근 시간 음악 소비가 줄고, 가수들이 신곡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 등이 소비량 급감 이유로 꼽힌다.

신곡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 최신 주간 차트(19~25일)를 보면, 톱 10에 최근 3개월 안에 발표된 신곡은 아이유 '라일락' 등 단 네 곡뿐이다. 나머지 여섯 곡은 최소 1년 전에 나온 노래들이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신곡 시장 약화로 SG워너비 '라라라' 등 일부 옛 노래들이 예능 등을 통해 다시 화제를 모으며 최신차트 빈집털이를 하는 모양새"라며 "팬덤이 약한 가수들은 더욱 타격을 받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료=와이즈앱

자료=와이즈앱


유튜브, 멜론 이어 2위로 급부상

코로나19 등으로 음원 소비량이 준 음원 플랫폼들은 유튜브에 치여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유튜브뮤직 사용자는 216만 명으로, 510만 명의 멜론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멜론·지니·플로' 3강 체제가 무너진 것이다. 유튜브뮤직 사용자는 전년 2월 대비 무려 140만여 명이 증가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만 10세 이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해 최근 발표한 결과다. 유튜브를 시청할 때 광고를 없애주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하면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기존 음원플랫폼이 노래의 보편적 인기를 차트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1주일(16~22일) 유튜브 인기 뮤직비디오 순위를 보면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가 1위를 차지했고, 나훈아의 '테스형!'('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2020)은 16위에 올랐다. 기존 음원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듣지 않고, 유튜브 등에서 뮤직비디오로 음악을 듣는 청취자가 많아지면서 기존 음원 플랫폼과 확연히 다른 소비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임영웅과 나훈아 노래는 멜론, 지니뮤직 등에서 비슷한 시기 톱 10에서 찾을 수 없었다.

가수 나훈아가 지난해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테스형!'을 열창하고 있다. KBS 방송 캡처

가수 나훈아가 지난해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테스형!'을 열창하고 있다. KBS 방송 캡처


"동영상 점수 비중 키워야"

음악을 듣는 매체 환경이 급변하면서 생긴 다양한 소비 흐름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려면 방송사 음악 방송 순위 집계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BS '뮤직뱅크'는 순위 집계 시 뮤직비디오 조회수 등을 점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Mnet '엠카운트다운'은 동영상 점수 비중(15%)이 CD플레이어도 찾기 힘든 요즘 음반 점수와 같다.

10~20대뿐 아니라 50대 이상 중장년 층에서도 유튜브로 음악을 찾아 듣는 청취자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뮤직비디오 조회수 등을 반영해야 좀 더 다양한 세대의 보편적인 인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미국 빌보드도 인기곡 차트인 '핫 100'에 유튜브 점수를 반영한 지 오래"라며 "동영상 점수 등을 반영하면 1980~90년대처럼까진 아니더라도 음악 방송에서 트로트 등 좀 더 다양한 장르와 가수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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