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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세탁·돌봄도 '노동'... 가사노동자도 노동권 보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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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세탁·돌봄도 '노동'... 가사노동자도 노동권 보장받는다

입력
2021.04.29 16:34
수정
2021.04.29 17: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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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 가사근로자법 처리?
68년간 '그림자 헐값 노동' 취급?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비대상

2월 8일 국회 앞에서 열린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창숙 행복돌봄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월 8일 국회 앞에서 열린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창숙 행복돌봄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68년간 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던 가사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 노동'인데도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 취급을 당해온 가사노동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가사근로자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가사노동자가 국민연금 직장 가입, 최저임금 적용, 주휴 수당·연차 유급 휴가 보장 등 통상의 노동자가 누리는 권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가사 도우미, 돌봄 도우미, 등하원 도우미 등이 대상이다. 단,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가사노동자는 그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란 조항이 담기면서다. 가정 내의 고용 관계까지 정부가 관리 감독할 수 없다는 게 당시 명분이었다. 여성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당시 사회 풍토이기도 했다. 그 결과 최소 30만 명(2020년 기준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추산)에 달하는 가사노동자가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였다. 70% 이상의 가사노동자가 직업알선기관을 통해 노동자로서 사실상 고용되는데도 국민연금 직장 가입률은 20%도 되지 않는다는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 조사도 있었다.

가사근로자법안은 가사 서비스 이용자(가정 등)와 사용자(인력 공급 업체 등 가사 서비스 제공 기관)를 구분했다. 가사 노동자 보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가사노동자는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과 '근로 계약'을 맺고, 가사 서비스 이용자는 제공 기관과 '이용 계약'을 맺는다. 가사노동자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을 벗어나는 처우를 받으면, 사용자가 책임을 지게 된다.

또 노동자의 임금, 유급 휴일, 연차 유급 휴가 등을 근로 계약서에 명시하고, 근무 중 휴게 시간 등은 이용 계약서에 담아야 한다.

청소·세탁·주방일 외에도 가구 구성원의 보호·양육 등 '가정 생활의 유지 및 관리와 관련된 업무'가 포괄적으로 가사서비스로 규정됐다. 가사 도우미뿐 아니라 돌봄 도우미, 등하원 도우미 등 다양한 가사노동자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된 것이다. 단, 이용자와 직접 계약을 맺는 가정 간병인 등 프리랜서 가사노동자는 제외됐다.

법안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법안은 가사노동자의 최소 근로시간을 1주일에 15시간 이상으로 규정하면서도 '가사근로자의 명시적인 의사가 있거나 서비스 제공 기관의 불가피한 경영상 이유가 있을 때'는 예외를 둘 수 있게 했다. 1주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는 주휴 수당·퇴직금·연차 유급 휴가 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가사 서비스 비용 상승이 문제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법안 토론에서 "주부들의 걱정은 법안 통과로 비용 부담이 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환노위 "이용자에 대한 세제 감면, 보험료 지원을 통해 비용 부담이 증가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비용 상승이 아니라 가사노동 이용 비용의 정상화'라는 반론도 있다.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와 본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입법된다. 여야가 29일 환노위에서 합의 처리한 만큼, 입법이 확정적이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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