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미시의회에서 작은 논쟁이 있었다. 기존의 ‘경제기획국’을 ‘경제노동국’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노동’이라는 단어의 사용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노동’은 몸으로 일하는 힘든 노동현장을 떠올리게 하므로 ‘근로’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과 ‘근로’는 부지런히 일한다는 의미로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용어이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다.
노동과 근로, 또는 노동자와 근로자는 일상적으로 별 차이 없이 쓰이기도 하지만 용어에 내포된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고 들면 쓰임에 민감해진다. 근로와 근로자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 시대의 요구가 반영된 용어이다. 1880년부터 1960년까지의 신문 기사 검색 결과 노동은 2만2,188건, 노동자는 4,901건임에 비해 근로는 5,657건, 근로자는 262건에 불과하다. 1960년대 이후로는 근로와 근로자가 세 배가량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그 시대의 노동자는 산업화 역군으로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으로서의 노동보다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근로를 요구받았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사용자에게 종속되는 개념의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의 권리를 요구하고 보장받는 독립된 주체로서 노동자라는 명칭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세계적으로 노동절(메이데이)로 기념하는 날이나 우리는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는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헌은 무산되었고 여전히 법률 용어로 ‘노동자’는 없다. 감정 노동, 꾸밈 노동, 돌봄 노동 등 노동에 대한 접근이 세분화되는 추세에 맞게 법과 제도의 영역에서 그에 걸맞은 용어의 정착이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