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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기후변화야

입력
2021.04.29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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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김연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기후 정상회의의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PA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기후 정상회의의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PA


4월 22일부터 이틀 동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40개국 지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세계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미 지난 3~4년에 걸쳐 국가들 사이에 기후변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열린 이번 세계기후정상회의는 온실가스감축 문제를 둘러싸고 주요 강대국들이 이미 엄청난 속도전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4년 동안 국제기후변화무대에서 사라졌던 미국이 과연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돌아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감축 목표치는 50~52%로 대폭 올랐다. 이러한 목표치는 10년 내 미국경제의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으로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했던 목표치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전력망의 탈탄소화이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전력생산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하여 5억 개의 태양광 패널과 7만여 개의 풍력터빈을 신규로 설치하는 것이다. 둘째는 전기차 등 운송수단의 전기화를 위해 50만 개의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전력부문과 운송부문이 온실가스 감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기 때문에 2030년까지는 50%대 목표치를 향해 가고, 2035년까지는 전력과 운송 가운데 최소한 자동차분야는 제로 온실가스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약 2,000조~3,000조 원 사이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이제 유럽 등 기타 선진국들의 목표치와 비슷해졌다. 2015년에 국제사회는 이미 2030년까지 45% 감축이라는 목표를 정해놓았으며 당시 목표가 2010년 대비 45%였기 때문에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의 2005년 대비 50~52% 목표치는 여타 유럽국가의 2010년 대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7%가 되는 것이다.

왜 미국은 이 시점에 온실가스 감축을 주요한 경제 및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으로 설정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고조되어 온 온실가스 감축의 과학적 근거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온난화를 1.5로 제한하기 위해서 우리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은 420기가톤(gigaton)밖에 남아 있지 않다. 매년 전세계는 34기가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2020-2030년 기간에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올려야 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제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하게 되었으며 이대로 가면 두 지역 모두 2035년에는 재생에너지전력 , 내연기관차 퇴출이 가시화되며 2040년에는 전 경제부문에서 70% 정도의 온실가스 감축,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지는 탄소중립과 80% 정도의 온실가스 감축, 그리고 2070년경 100%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가장 큰 목표는 탈탄소 기반 산업 창출을 통해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시간표는 미국 유럽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감축이 2030년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어 2040년경이 되어서야 실질적 감축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사회의 명분도 얻고 세계경제 주도권 재편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도 기후변화를 경제정책과 외교의 중심에 놓고 온실가스감축 시간표를 앞당겨야 한다. 문제는 기후변화다 (It’s the climate, stupid).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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