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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남미에 대해 무엇을 상상하는가. 빈곤, 마약, 폭력, 열정, 체 게바라? 인구 6억2,500만. 다양한 언어와 인종과 문화가 33개 이상의 나라에서 각자 모습으로 공존하는 곳. 10여 년 전에는 한국도 베네수엘라 모델을 따라야 한다더니 요즘엔 베네수엘라 꼴 날까 봐 걱정들이다. 민원정 칠레 가톨릭대 교수가 중남미의 제대로 된 꼴을 보여준다.
4월 전당대회에서 디아스 카넬이 쿠바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카스트로 형제의 뒤를 잇는 쿠바의 세 번째 지도자다.
중남미 여러 나라가 현 지도자의 중간 평가와 새로운 지도자 선출로 분주하다. 엘살바도르의 포퓰리스트 정치가 부켈레 대통령은 3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으로 날개를 달았다. 그는 30년 동안 부정부패로 점철된 좌·우 양당 구도를 깨고 2019년 대통령이 된 이후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를 독려할 목적으로 입법부에 군인을 파견한 혐의를 받는 등 권위주의적인 통치방식에 대한 비난도 높다. 코로나19로 사회가 혼란에 빠진 와중에 정부 부처 관계자와 가족 및 외국계 기업에 비정상적인 경로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과밀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의 사진을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국제인권위원회와 언론의 논란이 일자 그는 범죄자들의 인권은 보호할 가치도, 존중할 필요도 없다고 반박했다(2020년 기준 중남미의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은 자메이카 47명, 베네수엘라 46명, 온두라스 38명, 멕시코 27명, 콜롬비아 24명, 엘살바도르 20명, 브라질 19명이다).
에콰도르에서는 이달 중순 치러진 선거에서 금융가 출신인 중도우파의 라소 후보가 중도좌파인 아라우스 후보를 제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라소 당선자는 권력 분립의 방어와 언론의 자유, 세금 감면, 그리고 자유시장주의를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페루 대통령 선거에서는 급진 좌파 성향의 교사인 카스티요 후보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가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2020년 10월 헌법 개정안 찬반투표에서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서 제정한 헌법을 ‘새로 쓰기’로 결정한 칠레는 5월 제헌의회 선거와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온두라스와 니카라과는 대통령 선거를, 아르헨티나, 멕시코, 파라과이는 입법부 및 지역구 선거 등을 앞두고 있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로 유명한 체 게바라는 카스트로를 도와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고 쿠바를 의료기술 선진국으로 만든 공신이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혁명이 모두가 평등하게 가난한 오늘날의 쿠바, 그리고 달러를 벌기 위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배운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인 관광객들의 비위를 맞추는 전직 북한주재 쿠바 외교관의 아들이었을까 싶다. 칠레의 의사 출신 공산주의자 아옌데 대통령은 피노체트 군사정부의 쿠데타가 일어나던 날 대통령 궁에서 자살했다. 그러나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배급소 앞에서 줄을 서던 시절까지 그리워하지는 않는 듯하다. 사회주의 개혁의 실패를 전적으로 미국의 개입과 경제적 고립에만 돌리기도 어렵다.
독립 이후 유럽을 모델로 한 국가 건설도, 미국 모델을 따른 경제 발전 시도도, 중남미 상황에는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겉돌았다. 좌든 우든 어떤 정치적 이념도 나라 살림을 챙기지 못했다. 불안정한 정치 전통으로 야기된 구조적 문제는 코로나19로 맨살이 드러났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치적 견해는 극과 극이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9년 칠레 시위대는 수도 산티아고 중앙 광장의 이름을 'Plaza de Dignidad (존엄 광장)'이라고 명했다. 어려운 시기, 중남미 여러 나라의 선거가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갈, 민생을 살피는 정치 모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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