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수십 년간 바라보아 온 필자가 생각하는 강의 '본질'은 무엇인가? 과거 농경과 산업화 시기 강은 댐을 막고 물을 쓰고 버리는 곳에 불과했다. 그러한 단편적 관점에 변화가 시작된 계기는 훼손된 강으로부터 초래된 인간과 동·식물에 다양한 환경피해를 마주하면서다. 훼손된 강의 본모습을 찾는, 즉 자연성 회복은 이미 독일·미국·일본 등 전 세계적인 화두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최근의 4대강 보 개방과 관련한 수질 논쟁은 매우 지엽적이다. 보를 개방하고 수질이 좋아졌느니, 나빠졌느니 하는 논쟁은 강의 본질에서 비켜나 있어 불필요하게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거대한 구조물인 보의 일부분을 개방하는 것이 보가 가려온 강의 자연성을 모두 드러내 주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강이 갖는 이용 가치, 생태, 생물 다양성, 심미적 가치, 건강성 등 많은 지표 중 극히 일부인 수질지표, 그중에서도 일부 항목의 등락만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강을 구성하고 있는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요소들이 훼손되지 않고 조화롭게 각자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자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본류와 지류, 상류와 하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물 흐름에 따라 굽이쳐 침식과 퇴적이 자유롭고 모래톱이 형성되는 강, 다양한 동식물들이 각자 좋아하는 살 곳과 먹이를 찾아 상하좌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강, 얕은 여울과 수변의 습지가 있어 다양한 생물 서식처가 있는 강, 홍수터가 많아 격한 물을 받아내는 강. 강의 본질은 이러한 모습과 기능들이 살아있는가에 달려 있다.
4대강 보를 개방한 이후 녹조 현상이 완화되고 흰수마자나 흰목물떼새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돌아오는 등 강의 건강성이 개선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물론 “새가 중요하냐? 사람이 중요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심정이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자연성이 망가진 강은 사람에게도 유익하지 못하다.
물은 가득해도 수심이 깊어 발 한번 담그기 어려운 강, 여름이면 녹조가 떠다니고 하천 바닥에 시커먼 펄이 쌓인 강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유익은 없다. 숨을 곳도 쉴 곳도 없는 거대한 수로로 바뀐 환경에서는 새들도 물고기도 적응할 수 없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낙동강의 150㎞ 구간 세 지점에서 4대강사업 전후 10년간 어류상을 일관성 있게 조사한 결과 20여 종에서 6, 7종으로 60~70%의 어류 종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서식처의 다양성이 소실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기업이 이익 추구의 집합체만이 아니듯 강을 인간 중심적 입장에서 토목·공학적으로만 바라보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이제라도 강의 생태적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본질을 바라보자. 앞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건강하고 아름다운 강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