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사업가들, 귀국 후 대거 확진?
한달 평화 끝, 연휴 이후 대유행 우려
“한국인입니까. 미안하지만 여권 좀 확인합시다.”
2일(현지시간) 0시 초록색 제복을 입은 베트남 공안 한 명이 별안간 하노이에 있는 기자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중국인 현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돼 중국인 거주 여부를 긴급히 조사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그는 가족의 신원 정보를 노트에 적은 뒤 “씬로이(미안하다)”라는 말만 남기고 옆집으로 향했다.
한밤의 소동은 한국 교민들이 밀집한 미딩 지역은 물론 하노이 전역의 모든 아파트 단지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군부대까지 동원된 야간 검문작전 결과, 남뜨리엠구의 A아파트에 숨어 있던 중국인 불법체류자 46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즉시 방역시설로 옮겨졌고 해당 아파트는 폐쇄됐다.
하노이 방역당국의 긴박한 대처는 중국인발(發) 코로나19 지역 확산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아래 진행됐다. 3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초 전파자는 지난달 9일 베트남에 입국해 음성판정을 받은 뒤 북부 빈푹ㆍ옌바이ㆍ라이쩌우성(省) 등을 돌아다닌 중국인 사업가 5명이다. 방역당국이 발칵 뒤집힌 건 같은 달 28일 귀국한 이들 중 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다. 뒤늦게 중국인들의 동선을 추적하던 베트남 당국은 전날 빈푹성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 6명의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사업가들은 또 귀국 직전엔 베트남의 대표 관광도시 다낭을 헤집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들이 다낭에 머물렀던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가 베트남 황금 연휴 기간이었다는 점이다. 혹여 연휴를 맞아 다낭을 대거 방문한 현지인 가운데 감염자가 생겼다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베트남 보건당국은 중국 사업가들의 동선을 상세히 공개하고 접촉 가능성이 있는 자국민과 외국인들에게 자진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지역감염 사례 ‘0’을 유지했던 베트남은 이날 현재 2,962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35명이다. 2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한국 교민의 확진은 보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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