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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취약한 개도국 '제2의 인도'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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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취약한 개도국 '제2의 인도' 될라

입력
2021.05.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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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부실 경제·보건상황에 비상
대응 늦으면 '인도 위기' 재현 우려

3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방호복을 입은 시민들이 코로나19 희생자를 화장하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3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방호복을 입은 시민들이 코로나19 희생자를 화장하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감염병 쓰나미’가 인도를 넘어 가난한 나라들에도 속속 상륙하고 있다. 아직까진 통제가 불가능한 인도에 가려 위기가 덜 드러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한달 새 무려 1,000% 넘게 폭증하는 등 방역엔 일찌감치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특히 이들 나라는 경제가 튼튼하지 않고 보건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어 ‘제2의 인도’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뿐 아니라 여러 개발도상국에 코로나19 파고가 거세지고 있다. 인도와 국경을 맞댄 나라들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인도 북동부와 국경을 접한 네팔은 덩달아 감염자 수가 연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3월까지만 해도 하루 확진자가 100명대에 그쳤으나 이날 사상 최고치인 7,388명을 찍었다. 일주일 신규 감염 평균치도 한달 전과 비교해 1,000% 이상 치솟았다. 네팔 역학질병통제국 책임자인 크리슈나 포우델 박사는 “인도에 거주하던 네팔인들이 돌아오면서 바이러스 전파의 새 진앙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 때 ‘코로나 청정국’으로 꼽히던 라오스 역시 최근 한 달 사이 신규 감염자(884명)가 직전 1개월보다 220배나 늘었다. 정부가 수도 비엔티안에 봉쇄령을 내리고 도시간 이동을 금지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취했으나 확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도 사정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국경과 하늘 길을 아무리 틀어 막아도 하루가 멀다 하고 감염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달 26일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주에서 한 남성이 산소통에 의료용 산소를 채워넣고 있다. 카라치=EPA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주에서 한 남성이 산소통에 의료용 산소를 채워넣고 있다. 카라치=EPA 연합뉴스

인도와 떨어져 있다고 해서 안전지대는 아니다. 8,500만명이 사는 터키는 최근 누적 확진자 수(490만명)에서 인구가 두 배 정도 많은 러시아(483만명)를 앞질렀다. 저 멀리 남미 북동부에 위치한 트리니다드토바고ㆍ수리남도 지난달 일일 평균 환자 수가 3월 대비 600% 이상 급등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는 턱없이 늦은데, 각종 변이가 더 빠르게 창궐한 탓이다.

문제는 개도국들의 보건ㆍ경제 형편이 좋지 않아 인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장 인도 인접 국가에서도 환자들에게 공급할 의료용 산소가 동났다. CNN방송은 “네팔 카트만두 병원에는 병상이 꽉 찼고 산소도 고갈 직전”이라고 전했고, 파키스탄의 코로나19 국가지휘통제센터장 역시 방송 연설에서 “이미 의료용 산소 공급량의 90%를 써버렸다”고 토로했다. 병상과 산소가 없어 환자들이 거리에서 죽어나가는 인도의 참사가 어디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기댈 건 국제사회의 지원밖에 없다. 데이비드 헤이만 영국 런던위생열대의대 교수는 “조만간 모든 개도국들이 인도식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신속한 백신 접종 덕에 위기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선진국들은 백신, 검진 키트, 산소 등 치료 물품을 나눠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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