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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통 지옥'... 코로나 시대에도 풀지 못한 베트남의 숙제

입력
2021.05.06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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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20 베트남 생활수준 보고서

편집자주

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의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평소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던 서호와 인근 건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의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평소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던 서호와 인근 건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1년, 베트남은 일부 지역에서 삶의 질이 나아지는 등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내부 비교 틀을 걷어내고 “국제 기준을 대입해도 베트남이 살기 좋은 곳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글로벌 도시 비교 사이트 ‘넘베오’가 공개한 각국 주요 도시 삶의 질 순위표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가장 생활수준이 높다는 하노이는 전체 251개 도시 중 219위, 호찌민은 242위로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환경ㆍ교통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은 탓이다. 넘베오는 “두 도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심각한 대기오염, 교통 불만족과 시스템 비효율성 측면에서 현저히 점수가 낮았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환경ㆍ교통 문제에 불만이 가득하다. 지난해 11월 해외 거주 외국인 커뮤니티 단체인 ‘인터네이션스’가 173개국 1만5,000여명의 외국인을 상대로 실시한 체류 국가 만족도 조사에서 베트남 대표 호찌민의 순위는 66개 도시 가운데 55위에 그쳤다. 단점은 같았다. 호찌민은 환경과 교통 항목에서 전 세계 만족도 평균인 6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20%).

지난달 30일 오전 출근 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남뜨리엠 대로에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지난달 30일 오전 출근 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남뜨리엠 대로에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지방정부들도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 중이긴 하다. 지난해 호찌민시는 하루 9,300만톤에 달하는 생활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하노이시 역시 시내 진입 차량에 ‘환경분담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두 도시 공히 친환경 스마트시티 사업도 확대하는 중이다.

반면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베트남 중앙정부는 성장 우선 기조에 여전히 갇혀 있다. 외국인 유입이 없어 환경 투자 적기였던 지난해 중앙정부는 역으로 신규 대형리조트 건설 사업 허가를 줄줄이 내줬다. 역시나 관광산업이 붕괴된 태국 당국이 해양ㆍ산림 개발 금지령을 연장해 치유를 시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교통도 후순위 정책 이슈다. “2020년부터 대도시 지상철을 운행해 오토바이 이동을 줄이겠다”는 원래 계획은 공사대금 미납 문제 등이 불거져 첫 발도 떼지 못했다. 자체 예산을 확보하는 대신 일본과 중국의 공적개발원조(ODA)에 기댄 결과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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