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당론(黨論) 1호 법안으로 추진,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이 3월 23일부터 시행됐다. 핵심은 각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소(小)위원회를 매달 3회 이상 열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보통 여야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만장일치’ 합의한 법안은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된다. 그런데 잦은 국회 파행 등으로 소위가 제때 열리지 않으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 20대 국회 당시 소위당 연간 회의일수는 6.8회에 불과했다. 이에 소위를 상시화해 국회를 진짜 '일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게 개정안 취지다.
하지만 여야의 이 같은 약속은 법 시행 첫 달부터 ‘공수표’가 됐다. 4월 임시국회가 열린 지난달 ‘매달 3회 이상 법안심사소위 개최’ 조항을 준수한 상임위는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月 법안소위 3회 이상 열자”… 상임위 14곳 중 단 2곳만 지켜
5일 한국일보는 지난달 국회 상임위(운영위ㆍ여성가족위ㆍ정보위ㆍ예산결산특별위 등 겸임 상임위 제외) 14곳의 법안심사소위 개최 현황을 분석했다. 이 중 소위를 세 차례 이상 개최한 곳은 정무위(5회)ㆍ행정안전위원회(4회) 등 2곳(14.3%)에 불과했다. 외교통일위와 국방위원회는 한 차례도 소위를 열지 않았다. 국토위ㆍ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ㆍ기획재정위ㆍ법제사법위원회도 개최 건수가 1건에 그쳤다. 산자위는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는 법안을 소위에서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말 법 개정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법안심사소위 의무 개최 조항이 강제가 아닌 훈시 규정이기 때문이다.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뜻이다. 이미 실패한 전례도 있다. 20대 국회였던 지난 2019년 4월 당시 '월 2회 법안소위 개최'를 의무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그해 7월부터 시행됐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국회의 법안 심사 속도가 느려지자,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당시 시행 첫 달, 이를 준수한 상임위는 17곳 중 4곳에 불과했다.
상임위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소위 개최 일정은 여야 간 합의로 결정된다"며 "강제 조항이 없다 보니 한쪽에서 '당내 선거가 있다', '중점 법안도 없는데 급하게 해야 하느냐'고 하면 일정을 합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하는 국회법에 ‘페널티’ 조항을 도입해야 할까
제도적 개선책은 엇갈린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법안심사소위 3회 기준에 못 미치는 상임위에 대해선 소속 의원의 세비를 깎거나, 국회의장이 상임위별 소위 성과를 집계해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등 '페널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소위 정례화 조항을 만든 건 여야 갈등으로 상임위가 멈추고 그에 따라 정말 중요한 법안이 논의도 못 되고 임기만료 폐기되는 부작용을 없애자는 것"이라며 "단순히 '회의를 3회 이상 열었느냐'보단, 실제 법안이 얼마나 처리되고 있느냐를 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각 상임위별 21대 국회 법안 처리율(상임위 법안 제출건수 대비 본회의 처리건수)은 국방위(36.7%), 문화체육관광위(34.5%),환경노동위(32.7%), 국토위(32.6%) 순으로 높았다. 이들 상임위는 모두 지난달 법안심사소위 개최건수가 '3회 미만'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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